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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가 29일 플로리다주 팜하버에서 벌어진 PGA 크라이슬러 챔피언십 골프 토너먼트에서 우승한뒤 트로피를 들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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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경주는 보란듯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짐 퓨릭(이상 미국) 등 상금랭킹 1∼3위 선수들은 빠졌지만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남아공), 스튜어트 싱크,잭 존슨, 스콧 버플랭크(이상 미국),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마이크 위어(캐나다), 스튜어트 애플비, 애덤 스콧(호주)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여유있는 우승이었다. 이번 우승 덕에 최경주는 '전반적인 부진'이라는 시즌 성적표를 단숨에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으로 바꿔 버렸다. 시즌 최고 상금을 벌었던 2002년을 훌쩍 넘어섰고 투어챔피언십과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 출전권 확보는 물론 내년 4개 메이저대회도 나갈 수 있게 됐다.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각종 빅이벤트에도 최경주에게는 좌석이 마련된다. 이런 최경주의 시즌 막판 분전은 원동력은 시즌 도중에 모험이나 다름없는 스윙교정에 착수하고 과감하게 장비를 바꾸는 '혁신 정신'이라는 분석이다. 최경주는 지난 8월 초부터 스티브 밴이라는 호주 출신 레슨 코치를 영입해 스윙을 뜯어 고치는 작업에 나섰다. 당시 최경주는 "좀 더 오래 PGA 투어에서 버티려면 지금 스윙으로는 안된다"면서 "점점 더 파워풀하는 스윙을 구사하는 선수가 많아지고 코스도 파워 히터에게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고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스윙 아크를 키우고 힘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스윙 교정에 들어간 최경주는 또 "8주가 지나야 어느 정도 효과가 나온다"며 "100% 완성이라는 것은 없지만 그때가 지나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우승이 바로 스윙 교정에 착수한 지 8주가 지나고 새로운 스윙이 몸에 배어든 시점에서 나와 최경주의 '장담'은 허황한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최경주의 혁신 정신은 과감한 장비 교체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대회에서 최경주는 드라이버 티샷을 유난히 자주 날렸다. 다른 선수들이 3번 우드로 조심스럽게 티샷을 날리는 홀에서도 드라이버를 잡아 50야드 이상 티샷을 더 보내는 이점을 누린 것은 3주 전에 바꾼 드라이버가 손에 꼭 맞았던 덕이다.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많은 선수에게 장비를 공급하는 나이키골프가 새로 만든 사각형 헤드의 스모 스퀘어 드라이버는 PGA 투어 선수 가운데 최경주가 맨 먼저 실전에서 사용했다. 최경주는 전에도 클럽의 길이나 무게에 자주 변화를 줘왔다. 한마디로 좋은 것은 재빨리 받아 들인다는 혁신 정신으로 정상권을 지켜낸다는 뜻이다. '10년 이상 PGA 투어에서 정상급 선수로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던 최경주는 불혹의 나이를 불과 3년 남겼지만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진화하어 롱런을 예고하고 있다. 최경주가 스스로 밝힌 내년 목표인 '한국 선수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도 이런 혁신 정신이 있기에 성사될 가능성은 높아져 가고 있다. 권 훈 기자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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