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8 08:20
수정 : 2007.05.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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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여자프로골프 코닝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영이 28일(한국시각)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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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마음껏 울어본 지가 얼마 만인가.
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지 5년만에 마침내 김영(27)이 28일 코닝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이 확정된 뒤 동료 한국 선수들이 음료수를 쏟아 부으며 축하해 주는 자리에서 김영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하지 못했던 마음 고생을 한꺼번에 털어 버릴 수 있었다.
춘천 봉의초등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5학년이던 1990년 처음 골프채를 잡은 김영은 강원체고 3학년이던 1997년 4월 일본주니어골프대회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문부상배 전국중고학생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김영은 프로 2년차이던 1999년 한국 메이저대회인 제13회 한국여자오픈에서 박세리, 낸시 로페즈 등 쟁쟁한 우승 후보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고 그해 12월 신세계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대우인 연간 1억2천만원을 받고 후원 계약을 맺어 스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더 큰 무대에서 뛰기 위해 LPGA 투어를 목표로 잡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001년 2부투어에 뛰어든 김영은 한차례 우승을 거뒀지만 상금랭킹 12위에 그쳐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따내지는 못하는 좌절을 겪었지만 곧바로 2002년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4위에 올라 꿈에 그리던 LPGA 투어 풀시드권을 거머쥐었다.
데뷔전인 웰치스프라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LPGA 투어 9홀 최소타 기록(28타)을 세우는 등 공동9위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김영은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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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28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코닝에서 열린 미여자프로골프 코닝클래식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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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LPGA 무대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신인 시절이던 2003년 LPGA 투어 22개 대회에 출전, 네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무난하게 데뷔했고 2004년에는 21개 대회에서 세차례 '톱10'에 들었다.
특히 김영은 LPGA챔피언십에서 세번이나 '톱10'에 입상했고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2005년 공동3위를 포함해 두번 '톱10'에 드는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여섯번이나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려 우승이 머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 필요한 것은 우승컵.
앞서거니 뒤서거니 LPGA투어에 진출한 선, 후배들의 승전보가 날아 드는 가운데 김영은 유난히 우승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2002년 고국 나들이에서 2개의 우승컵을 챙겼고 2003년에는 후원사 신세계가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도 제패하는 등 한국 무대에서 4승이나 올렸지만 위안이 되지 않았다.
LPGA 투어에서 우승컵 없이 4년을 보내자 `독기가 없는 선수'라는 곱지 않은 꼬리표가 붙고 말았다.
김영은 결국 2006년 12월 후원사였던 신세계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고 외롭게 2007년 시즌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즌을 출발한 김영은 올해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대회에 신지애(19.하이마트)와 함께 출전, 예년보다 빨리 실전 감각을 찾으려고 했다.
첫날을 2위로 출발, 국가대항전 우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했지만 김영-신지애조는 2라운드에서 규정 위반으로 2벌타를 받으며 무너져 3위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동안 불운을 코닝클래식 우승으로 털어낸 김영은 당당한 LPGA 위너스 클럽의 멤버로서 남은 대회를 충만한 자신감으로 치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최태용 기자
c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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