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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가 18번홀 그린에서 잭 니클로스(왼쪽)한테서 우승 축하인사를 건네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더블린/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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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PGA 메모리얼 토너먼트 시즌 첫승
마지막 18번홀(파4·444야드). 대회 창설자이자 호스트인 잭 니클로스(미국)와 갤러리·방송카메라 등 모든 시선이 최경주에 쏠려 있었다. 1m50 남짓 거리의 파 퍼팅 상황. 넣으면 우승. 못 넣으면, 최경주(37·나이키골프) 실수를 기다리던 라이언 무어(미국)와 같은 타수가 돼 연장전 승부를 치러야 할 판. 그러나 최경주는 자신의 별명인 ‘탱크’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퍼터를 떠난 공은 정확히 홀로 빨려들어갔다. “놀라운 퍼트다!”(What a putt!). 순간, 방송아나운서 멘트가 메아리쳤다. 최경주는 우승 퍼팅을 마친 뒤, 그린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니클로스의 환대를 받았다. “당신이 챔피언이다. 나도 당신이 자랑스럽다.” 니클로스는 악수를 건네며 최경주와 포옹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골프에 입문한 고교 시절 니클로스가 쓴 <골프 마이웨이>라는 번역본 레슨서를 보고, 스윙을 가다듬은 최경주에게는 우승 이상의 의미있는 순간이었다.우즈·무어 등 별들 제치고 잭 니클로스에 안겨
선두와 5타차 뒤집고 18번홀 1m50 ‘우승 퍼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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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토너먼트 최종순위 / 최경주 경기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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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우승을 축하해준 니클로스에 대한 답사도 잊지 않았다. 메이저대회 18회 우승 등 미국프로골프 투어 통산 73승을 올려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니클로스를 통해 자신이 그렇게 성장했음을 밝힌 것이다. “골프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은 잭 니클로스 책을 연구하고, 가장 위대한 챔피언의 비디오를 수시간 동안 보는 것이다.” 미국 진출 이후 가장 많은 우승상금을 탄 최경주는 시즌 상금랭킹 38위에서 8위(216만3629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통산상금은 1372만5424달러. 최경주는 14일 개막하는 유에스오픈에 출전해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노린다. 김경무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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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가 4일(한국시각) 메모리어 토너먼트 4라운드 17번홀 그린 옆쪽 러프에서 갤러리에 둘러싸여 칩샷을 하고 있다. 최경주는 이 세번째샷을 홀 5m 부근에 붙인 뒤 파 퍼팅을 성공시켰다. 더블린/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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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빠져도 침착히 극복…니클로스 극찬 최경주는 이번 메모리얼 챔피언십 우승 이전(15개 대회 출전), 대부분 상위권에는 들었으나 화끈한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1월 소니오픈 4위가 최고성적. 두차례 더 톱10에 들었고, 대부분 10~20위권에서 맴돌았다. 컷은 두번이나 당했다. 그러나 이번 만은 달랐다. 무엇보다 ‘탱크처럼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빛났다. 미국프로골프 투어 협회 시니어 기자 데이브 세들로스키는 “한국에선 최경주 별명이 탱크로 알려져 있다. 그가 탱크같은 끈기로 메모리얼에서 큰 승리를 안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자칫 보기라도 범하면 우승을 놓칠 수 있었던, 막판 3홀 연속되는 위기상황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이를 극복한 것도 돋보였다. 두차례 벙커, 절묘한 샷으로 위기탈출=이날 경기를 지켜본 니클로스는 “최경주는 고탄도 페이드샷을 잘 치고 벙커샷이 아주 능숙해 유에스오픈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최경주는 이번에 벙커샷 등 트러블샷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18번홀(파4), 세번째샷인 벙커샷을 홀에 바짝 붙인 것(1m50)이 대표적. 16번홀(파3·215야드)에서도 벙커에 공이 빠져 파세이브가 힘든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벙커샷으로 공을 홀 2m20 부근에 붙인 뒤 보란 듯 파 퍼팅을 성공시켜 고비를 넘겼다. 17번홀(파4·478야드)에서는 두번째샷이 갤러리가 있는 그린 옆쪽 언덕 러프로 빗나갔으나, 칩샷으로 공을 핀 근처에 붙인 뒤 절묘하게 파 퍼팅을 성공시키며 다시 위기를 돌파했다. 놀라운 집중력, 전반 4홀 연속버디=우승을 향한 최경주의 집념은 전반홀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1번홀(파4·451야드)과 3번홀(파4·301야드)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뽑아내며 대역전 신호탄을 쏜 그는 5번홀(파5·527)에서 두번째샷을 물에 빠뜨리고도 2m 퍼팅을 성공시키며 파세이브를 기록해 고비를 넘겼다. 이어 6번(파4·447야드) 7번(파5·563야드) 8번(파3·182야드) 9번홀(파4·412야드)에서 줄버디를 엮어내면서 선두로 뛰어 올랐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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