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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래킨 21살의 ‘연못투혼’ 10년전, 역사는 이미 잉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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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래킨 21살의 ‘연못투혼’ 10년전, 역사는 이미 잉태되었다
골프여왕서 슬럼프…재기 딛고 새도약남은 꿈은 “그랜드슬램·올해의 선수상” 2004년 5월. 미켈롭울트라오픈 우승으로 한국인 최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 입회자격을 획득한 박세리(30·CJ)는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의 길로 접어든다. 그렇게 잘 맞던 드라이버샷이 이유없이 좌로 우로 마구 흔들린 게 문제였다. 자연 아이언샷이나 어프로치 등이 잘 될 리 없었다. 그해 시즌상금은 68만2669달러(전체 랭킹 11위). 전년의 반도 안됐다. 우승도 한번이 전부.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오를 데가 없는 세리에게 목표의식이 사라진 탓”이라고 분석했지만, 그는 이를 강력 부인했다. “난 아무렇지 않은데…. 이상하게 필드에만 서면 내 자신이 작아보이고 위축된다.” 거침없는 샷으로 2003년까지 통산 21승에 700만달러 이상의 상금을 거머쥔 위풍당당 ‘골프여왕’의 모습이 아니었다. 슬럼프는 2005년에도 이어졌고, 그해는 시즌상금 6만2628달러(랭킹 102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시즌 중 남은 대회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스스로 되뇌이며 평상심을 찾으려 노력했다. 마침내 2006년 6월, 그 결실이 나타났다. 데뷔 때부터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던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우승이었다. 그는 ‘난적’ 카리 웹(호주)과 연장접전 끝에 정상에 오르며 2년 남짓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년 뒤 박세리는 골프인생의 또다른 정점에 올랐다. 7일 밤(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하브 드 그레이스의 불록골프코스(파72·6596야드)에서 열린 맥도널드 챔피언십 1라운드. 박세리는 1라운드를 마치고 대회 본부에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면서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현역으로 10시즌 활동’이라는 남은 조건을 채우며…. 입회자격 획득 이후 3년 남짓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특유의 인내심과 집념으로 이룬 성과였다. 박세리는 특히 올 시즌 9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은 못했지만, 톱10에 4번이나 들며(시즌상금 29만8512달러) 완전히 재기했음을 보여줬다. 1998년 LPGA 데뷔 때 “머릿 속에는 최고가 돼 이 무대를 정복하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던 박세리가 명예의 전당 입회를 확정짓는 대회로 맥도널드 챔피언십을 선택한 것은, 바로 데뷔 첫 우승과 슬럼프 탈출을 가져온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박세리는 이제 또다른 두개의 목표를 내걸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과 ‘올해의 선수상’ 수상. 박세리는 4개 메이저대회 중 내비스코 챔피언십 우승트로피만 들어올리지 못했다. 지난 4월 내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가능성이 높았으나, 4라운드 갑작스런 난조로 10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결국 내년을 다시 기약해야 했다. 박세리는 “내가 한창 때는 아니카 소렌스탐도 최고 전성기여서 한해 5승씩 했어도 올해의 선수상을 번번이 놓쳤다”며 이 상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박세리는 은퇴 뒤 계획에 대해선 “후배들을 양성해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고, 스포츠 외교 쪽으로 공부해 국위선양에도 힘쓰고 있다”고 했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닷새 동안 93홀에 걸친 혈투 끝에 ‘맨발의 투혼’으로 시즌 2승을 달성해, 당시 IMF 구제금융체제에서 고통받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박세리. 그로부터 10년째를 맞은 그는 이제 제2의 골프인생 길로 접어들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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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30·CJ) ‘명예의 전당’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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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회조건 까다로워 57년간 입성 24명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되는 건 여자골퍼들에게 최고영예다. LPGA 명예의 전당은 1950년 세워진 ‘여자골프 명예의 전당’을 흡수해 67년 만들어졌다. 입회조건이 까다로워 57년간 박세리(30·CJ)를 포함해 24명만 이름을 올렸다.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나가 컷을 통과한 베이브 자하리아스(56년 사망) 등 4명이 51년 첫 회원이 됐고, 아니카 소렌스탐(2004년·스웨덴) 카리 웹(2005년·호주) 등에 이어 박세리가 들어갔다. 아시아 최초. 회원이 되려면 우선 가입점수 27점을 채워야 한다. 일반대회 우승 1점, 메이저 우승 2점, 베어트로피(시즌 평균최저타 수상)와 올해의 선수상 1점씩이 주어진다. 또 메이저대회 우승과 베어트로피, 올해의 선수상 중 한가지라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최소 10년 이상 LPGA 선수로 뛰어야 한다. 박세리는 LPGA 진출 7년 만인 2004년 5월 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 우승해 27점(메이저 4승 포함해 22승으로 26점, 2003년 베어트로피 1점)을 충족시켰다. 당시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에 내 이름을 남기는 꿈같은 일이 생기다니…”라며 울먹였다. 그러나 전당에 들어가려면 3년이 더 필요했고, 올해가 꼭 10년째였다. LPGA는 최소 10개 대회에 나와야 한 시즌을 뛴 걸로 인정하며 대회 1라운드를 마치면 1개 대회를 출전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탓에 박세리는 슬럼프와 부상으로 2005년 중도하차하면서도 12개 대회를 뛰기도 했다.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박세리는 ‘골프계의 전설’ 벤 호건, 아널드 파머 등이 있는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115번째 회원(아시아 선수 4호)으로 자동 가입됐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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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30·CJ) ‘명예의 전당’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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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 최초 베어트로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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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10년간 성적 (통산 23승, 메이저대회 5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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