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전20기 브리티시오픈 우승
영국서 ‘대중의 챔피언’ 별칭
*술잔 : <클라레 저그>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도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19전20기. 무려 20차례 도전 끝에 ‘클라레 저그’(은제 술주전자 우승컵) 주인공이 된 대런 클라크(43·북아일랜드). 그는 경기 뒤 지난해 약혼한 미스 북아일랜드 출신 새 연인 앨리슨 캠벨과 뜨겁게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지만, 2006년 8월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헤더를 떠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17일(현지시각)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파70·7211야드)에서 열린 140회 디오픈(The Open) 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 최종 4라운드. 대런 클라크는 이글 1개와 버디 1개, 보기 3개를 묶어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로 40살을 넘긴 나이에 생애 첫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등극했다. 1967년 44살의 나이로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에 오른 로베르토 데 빈센소(아르헨티나) 다음으로 나이 많은 우승자로 기록됐다.
■ 세계랭킹 111위의 ‘반란’ 클라크는 1990년 프로로 전향해 91년부터 20년 남짓 유러피언 투어에서 활약하며 투어 통산 14승을 올린 베테랑이다. 2008년 2승을 올린 뒤 잠잠하다 브리티시오픈에 앞서 올해 1승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4대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최근 부진으로 세계랭킹도 111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두 아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고, 자신도 메이저 우승 꿈을 버리지 않았다. 우승 뒤 그는 “클라레 저그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은 단숨에 30위로 도약했다.
■ 겸손의 미덕, 대중의 챔피언 그는 영국의 한 잡지가 독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가장 함께 플레이하고 싶은 골퍼”로 뽑혔다. 현지 언론은 이번 그의 우승을 놓고 ‘대중들의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여줬다. 같은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유에스(US)오픈 챔피언에 오른 그레임 맥도월과 로리 매킬로이에 대해 “환상적인 선수들이다.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는 ‘늙은 놈’일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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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임 맥도월(왼쪽 사진)과 로리 매킬로이(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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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싱턴 타임스>가 1986년 브리티시오픈까지의 100개 메이저대회 성적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챔피언을 배출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34명의 선수가 100개 대회 중 절반이 넘는 56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북아일랜드는 클라크의 이번 우승으로 3명의 선수가 세 차례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 스페인과 함께 공동 4위로 올라섰다. 클라크는 “다른 나라에서는 골프가 엘리트 운동이지만 북아일랜드에서는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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