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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아도 소용없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오른쪽)이 30일(한국시각)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스칼로니를 제치고 힘차게 드리블하고 있다. 맨체스터/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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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영·스·이, 각각 ‘돈’‘스타’‘투지’로 용쟁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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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가 올해 발표한 ‘풋볼 머니리그’(2004~2005시즌)를 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재정 규모 측면에서 유럽 빅3 가운데 선두임을 알 수 있다. 딜로이트가 올해로 9번째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연간 수입규모 상위 20위 안에 드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828억원), 첼시(2534억원)를 비롯해 8개나 된다. 절반 가까이가 프리미어리그 소속 구단이고, 액수 규모로도 가장 비중이 높다. 딜로이트는 팬들의 규모, 관중 수입, 텔레비전 중계권료, 경기력의 기본적인 요소 이외에 수익사업 등으로 들어오는 돈까지 포괄해 순위를 매겼다. 프리미어리그는 리버풀(2080억원)이나 아스널(1966억원) 토트넘(1200억원) 등 리그 상위권 팀뿐 아니라 뉴캐슬(1480억원) 맨체스터시티(1035억원) 에버튼(1020억원) 등 중하위권 구단의 수입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연고지 축구팀에 대한 서포터스의 충성도가 워낙 강한데다, 현대 축구가 출현한 종주국인 만큼 저변이 넓고, 축구를 즐기는 환경이나 문화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10년간 속도감 넘치는 플레이, 방송의 현란한 카메라워크, 첼시 등의 대대적인 스타 영입과 투자열기 등으로 축구산업의 크기를 대폭 키웠다. 딜로이트 쪽은 처음 ‘풋볼 머니리그’를 작성할 때인 96~97시즌 유럽 상위 20개 구단의 수입 규모가 12억유로(1조4천억원)에서 2005년에는 30억유로(3조5100억원)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런 액수 증가는 축구산업이 매년 6%씩 초고속 성장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비록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가 수입 규모 1위를 차지했지만, 이전 8차례 1위는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딜로이트는 앞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와 아스널,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 세리에A의 AC밀란이 선두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체 상위 20개 구단 가운데 프리미어리그(8팀)가 세리에A(5팀)나 프리메라리가(3팀)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판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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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호나우디뉴(왼쪽)가 지난 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첼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골을 성공시키고 환호 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양팀은 1-1로 비겼으나 1,2차전 합산 스코어에서 바르셀로나가 1승 1무로 앞서 8강에 진출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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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호나우디뉴, 지단, 호나우두…우린 스타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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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AC밀란 대 바이에른 뮌헨 챔피언스리그시합중 (서로 충돌한) AC밀란의 안드레아스 피를로(오른쪽)와 바이에른 뮌헨의 비센테 리자라주가 그라운드에 쓰러져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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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세리에A “돈도, 스타도 뒤진다. 그런데 왜 단골우승?” 프리미어리그가 전광석화같은 스피드를, 프리메라리가가 개인기와 패싱게임을 자랑한다면, 이탈리아 세리에A는 거친 태클과 압박이 유명하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 한국-이탈리아 경기는 이탈리아 무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김태영은 프란체스코 토티의 팔꿈치 가격으로 코뼈가 나갔고, 최진철은 ‘장사의 힘’을 지닌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막는 데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카테나치오라는 자물통 수비의 전통에다 강력한 압박, 때로는 교묘한 반칙까지….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돈과 스타 보유면에서는 프리미어리그나 프리메라리가에 뒤질지 모르지만, 막상 맞대결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게 세리에A 팀들이다. 유럽무대 클럽대항 최고의 대결장인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보면 이탈리아 세리에A 팀들이 늘 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56년부터 시작된 역대 챔피언스리그에서 세리에A 팀은 모두 10차례 정상에 올라 프리메라리가, 프리미어리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2005~2006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른 팀을 보면, AC밀란 유벤투스 인테르밀란 등 세리에A 팀이 3팀으로, 프리메라리가(바르셀로나, 비야레알) 프리미어리그(아스널) 팀보다 많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 추이를 비교해보면 세리에A가 국제무대 경쟁력에서 상당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에는 AC밀란이 우승을 차지했고, 2005·2006년에는 8강에 3팀씩을 올려 놓았다. 2001·2002년에는 프리메라리가나 프리미어리그에 밀려 8강에 한 팀도 진출시키지 못한 것과 달리 근래들어 상승세가 뚜렷하다. 세리에A 3강인 AC밀란 유벤투스 인테르밀란의 존재가 국제적 경쟁력의 배경이다. 새로운 월드스타 아드리아누(인테르밀란) 최고의 공격수 앤드리 셰프첸코(AC밀란) 중원의 해결사 파벨 네드베드(유벤투스) 그라운드의 신사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유벤투스) 새로운 전형의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AC밀란) 등도 세리에A 무대의 매력을 높이는 이유다. 유럽 빅3 프로리그, 절대강자는? 돈과 스타, 클럽 대항전 결과라는 3개의 기준으로 유럽프로축구 빅3를 보면 서로 물고 물리는 상황이다. 프리미어리그의 절대강자이며 ‘부자구단’인 첼시는 2005~2006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프리메라리가 선두 FC바르셀로나에게 졌다. 2004년 포르투갈 클럽 FC포르투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의 챔피언스리그 재정복 꿈은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졸부구단’ ‘수비축구’라는 딱지를 붙인 유럽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 등으로 불이익을 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돈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축구라는 것을 보여준다. 스타가 즐비하다고 항상 이기는 것도 아니다.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는 초호화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올 시즌 초·중반 주춤거렸다. 2005~2006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도 아스널에 패해 탈락했다. 반면 세리에A 팀은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으나 늘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 3개팀을 올려, 이 중 우승팀이 나올 확률이 더욱 높아진 것은 세리에A 팀들의 경쟁력을 반영한다. 유럽 빅3 리그의 서열을 가리는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빅3 프로무대의 특징 또한 맞비교가 쉽지 않다. 색깔의 차이는 있고 팬들의 기호 또한 천차만별이기에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굳이 순위를 가리자면 축구팬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판단만이 유일할 것이다. <한겨레>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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