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8 18:52
수정 : 2006.05.08 18:52
박, 23경기 선발 …세대교체 대안세력 부각
이, 28경기 풀타임…부동의 왼쪽윙백 꿰차
지난해 6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의료 검진을 받은 박지성(25)은 “맨유의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에서 박지성을 데리고 있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맨유에서 지성이를 원하다니 놀랍다”고 했다. 영국 언론은 “티셔츠나 팔러온 아시아 마케팅용”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박지성은 데뷔 시즌 맨유의 ‘대안세력’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이영표(29)에 대한 마틴 욜 토트넘 홋스퍼 감독의 신임은 더 두터웠다. 욜 감독은 “잉글랜드 최고의 윙백이 될 것”이라며 이영표를 왼쪽윙백 주전으로 못박았다. 7일(현지시각) 2005~200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끝났다. 박지성과 이영표 모두 최고 리그에서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확실한 대안세력
영입 전 박지성의 경기 비디오테이프 20개나 봤다는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8월14일 에버튼과의 프리미어리그 공식 개막전에 박지성을 선발로 내보냈다. 이후 박지성은 경기종료 1분을 남기고 교체 출전한 적도 있지만 리그 38경기 중 33경기(23경기 선발출전, 풀타임 12경기)나 그라운드를 밟았다. 출전시간은 총 2091분. 박지성의 부친이 애초 예상한 시간보다 무려 3~4배나 많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칼링컵 등도 12경기나 나왔다.
박지성은 ‘터줏대감’ 라이언 긱스까지 밀어내고 좌우 측면공격수로 출전하는 등 빠른 축구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갔다. 리그 1골 6도움과 칼링컵 1골 등을 기록했고, 칼링컵 우승도 맛봤다.
영국언론은 ‘신형엔진’, ‘습격자’, ‘산소탱크’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박지성은 꾸준한 출전으로 세대교체를 진행해온 맨유의 믿을 만한 대안세력으로 부각됐고, 폭넓은 움직임으로 최전방 공격진을 돕는 조력자의 몫을 해냈다. 그러나 볼이 빠르고 강하다보니 볼트래핑이 길거나, 골을 결정지어야 할 순간에 좀 더 과감하지 못해 공격포인트가 적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토트넘의 베스트11
욜 감독이 전화를 걸어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기 위해 이영표가 꼭 필요하다”고 했을 만큼 토트넘이 이영표에 거는 기대가 컸다. 이를 증명하듯 이영표는 38경기 중 31경기에 출전했고, 이 중 28경기를 전·후반 모두 뛰었다. 리그 출전시간은 2881분. 토트넘의 부동의 왼쪽윙백이라 할 만하다.
욜 감독은 이영표가 지난 4월 맨유전에서 박지성에게 볼을 뺐겨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다음 경기에 또 90분 출전시켰다.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박지성(17개)보다 많은 40개의 크로스를 올리기도 했다. 골은 없고, 도움은 1개를 기록했다. 다만, 공수전환이 빠르고 체력소모가 많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리그 막판까지 견뎌낼 체력유지와 대인마크를 간혹 놓치는 불안함을 떨쳐내는 숙제를 남겼다. 토트넘이 2년 연속 득점왕(27골)을 차지한 티에리 앙리가 속한 아스널에 4위를 내주고 5위로 내려앉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