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9 18:24
수정 : 2006.07.19 18:24
월드컵의 광풍이 몰아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달 간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일주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 2006 독일 대회는 이탈리아의 우승과 프랑스의 예상 밖의 선전 전통강호의 활약과 다크호스의 부재, 클로제의 득점왕 등극 그리고 유난히 많았던 오심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이미 각 종 언론사에서 기사화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여느 대회와는 달리 대회가 끝난 후에 축구 경기 외의 색다른 이슈(물론 내가 말하려 하는 것 역시 축구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가 사람들의 눈과귀를 집중시켰다.
월드컵이 막을 내린 지 일주일이 지나도 '프랑스의 축구영웅' 지네딘 지단과 말디니와 네스타 등 걸출한 스타들에 가려 은퇴시기에야 빛을 본 마르코 마테라치간의 "박치기에 관한 진실 게임"과 동갑내기인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이의 빗나간 우정, "우정과 결별사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니 이미 해결단계에 있을 지 모른다.
푸른 잔디위의 '박치기 사건'
얼마 전 프랑스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 릴리앙 튀랑은 "지단과 마테라치 모두 잘 못했고, 지단의 행동이 이해가 안간다."며 '박치기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 놓았다. 튀랑이 말을 꺼내기 전 언론은 마테라치의 입술을 분석하는 독순술까지 동원하며 그 둘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연구하였으며, 그의 입술을 분석한 결과 마테라치가 지단의 가족을 욕했고 그 결과 박치기라는 레슬링에서나 나올 법한 행동이 푸른 잔디위에서 연출되고야 말았다는 결론을 냈다. 그 둘 사이에 어떠한 일이 일어났든지 언론과 팬들의 반응은 "평소 지단의 행동을 보았을 때, 사소한 일로 박치기와 같은 이상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원래 좀 더러운(?) 이탈리아 민족의 성격 그리고 2002년의 대한민국과의 16강전에서 보여준 그들의 터프함은 대한민국의 언론과 국민들 모두(?)를 마테라치보다는 지단의 지지자로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5일 전 즈음부터 지단과 마테라치간의 진실게임은 시작되었다. 마테라치가 지단의 가족을 욕했든, 지단이 거만한 반응을 보여 그에 대한 대가로 마테라치가 욕을 했든 두 명의 빅리거(지단은 단순한(?)빅리거로 표현할 수 없지만)는 너무나 유치한 행동을 했음에 틀림이 없다. 그것도 전세계가 집중하는 월드컵 결승에서 말이다.
'빗나간 우정'
시기적으로는 '박치기 사건'보다 앞서지만, 은퇴를 앞 둔 축구영웅이 저지른 사건에 비해그 중요도는 약간 떨어지는 '빗나간 우정' 사건 역시 여전히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첫 째, 호날두와 루니가 같은 나이이자 팀 동료이기 때문이고 둘 째, 이 사건으로 인해 호날두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느냐, 잉글랜드를 떠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는 박지성의 입지와 특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2006 독일월드컵 8강전에서 호날두와 루니의 관계는 재조명된다. 고의성에 대한 판단은 불분명하지만 흥분감을 자제시키지 못한 루니의 비신사적인(?) 행동은 호날두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마땅했다. 그러나 호날두에게는 애국심(?)과 (같은 국가의 카르발류에 대한)동료애는 있었지만 (같은 팀의 루니에 대한)동료애는 없었던 듯 싶다. 40m 전력질주와 회심의 윙크. 루니와 호날두에게서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16강전에서 보여준 데쿠와 브롱크호르스트의 경기장 밖에서의 모습(나란히 퇴장당한 바르셀로나 소속의 데쿠와 브롱크호르스트는 경기장 밖에서 보기좋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과 8강전에서 첼시 소속의 마니셰와 테리는 보기 좋게 포옹을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8강전에서 보여준 호날두의 동료애는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에서 루니를 비롯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 동료에게도 발휘될 지 EPL이 기다려지는 또 다른 이유이다.
스포츠는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 그리고 선수들 간의, 전 인류의 화합 등을 보여주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상대방을 누르고 얻어야만 하는 '승리'라는 목적이 없어지지 않는 한 깨끗한 경기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승부욕과 흥분감으로 인한 어느 정도의 감정 대립은 있을 수 있지만, 승부 때문에 싸움과 전쟁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스포츠 정신이 훼손되기 때문이다(비록 격투기나 사격 등의 스포츠는 전쟁을 대비해서 발전한 것이기는 하지만 현대 올림픽과 월드컵의 첫째되는 존재 이유는 인류의 화합과 기쁨이다) .
축구경기 아니 프로 스포츠에서 실력만으로 이루어진 진검승부를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상대방의 심리와 성향 그리고 성격 등을 분석해서 이용하는 것도 스포츠 경기 중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프로라면, 수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꿈을 실어주는 선수들이라면, 경기 외의 요소를 이용하기 보다는 경기에만 집중하고 깨끗한 승부를 펼쳐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이슈가 되어버린 두 사건에서는 네 명의 선수 모두 자제력을 상실한 듯 했고, 스포츠에 대해 회의하게 끔 만들어버렸다. 승리를 향한 염원과 아드레날린의 분비로 인한 흥분은 이해하지만,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승리에 눈이 멀어 행해진 그 들의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월드컵역사에서 스포츠의 역사에서 Fair Play 정신이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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