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딩크 4강 ‘어퍼컷 세리머니’ |
3년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거스 히딩크 PSV 에인트호벤 감독이 주먹쥔 오른손을 힘차게 허공으로 날려 보내며 '꿈의 제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에 오른 감격을 특유의어퍼컷 세리머니로 장식했다.
히딩크 감독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필립스 홈구장에서 120분의 연장 혈투를 1-1로 마친 뒤 '신의 룰렛'이라는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 호베르투가 골망을 흔드는 순간 벤치에서 뛰쳐나가며 '히딩크표'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2002년 6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 8강 한국-스페인전. 피말리는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 홍명보가 골망을 출렁인 뒤 양팔을 벌리고뛰쳐나오던 순간과 똑같은 모습을 2년10개월만에 다시 보여준 것. 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태극전사 박지성(24)-이영표(28)가 120분 간 쉴새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히딩크 감독에게 4강 선물을 선사했다.
히딩크 감독은 에인트호벤을 이끌고 지난 88년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에서 우승하고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4강에 오른 데이어 한일월드컵 4강과 이번 대회를 포함해 생애 4번째 국가 및 클럽대항전 메이저대회 4강 신화를 이뤄냈다.
특히 올 시즌 에인트호벤의 전력이 마테야 케즈만, 아르옌 로벤 등 주축 선수들의 빅 리그 진출로 인해 하강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지난 7년 간 유럽클럽대항전 2라운드를 한번도 밟지 못한 팀을 4강 대열에 올려놓아 지도력을 인정받게 된 셈이다.
4강 승부차기의 일등공신이 된 골키퍼 고메즈와 동점골의 주인공 알렉스를 비롯해 파르판, 비즐리 등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을 조련해 A급 팀을 만든 뒤 네덜란드 프로축구(에레디비지에)에서도 부동의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최상급 미드필더라고 칭찬한 박지성과 강철체력을 자랑하는 이영표가 에인트호벤 4강의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 직후 "4강 상대 AC밀란은 올림피크 리옹보다 더 까다로운팀이지만 최선을 다해 고지를 넘겠다"며 17년 만의 우승 야망을 여실히 드러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을 당시처럼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는 말로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했다.
히딩크 감독의 세리머니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오는 27일 AC밀란(이탈리아)과의준결승 1차전이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