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19 19:04 수정 : 2005.04.19 19:04


프로축구 팬몰이 마케팅 달라진 풍속도

‘빈자리를 메워라!’

프로축구 구단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중몰이에 나서고 있다. 초청장 발송, 핸드폰 문자 메시지 보내기, 유니폼 입장 할인 등은 기본이다. 단장이 직접 앞에서 뛰고 감독·선수들까지 힘을 보탠다. 축구 열기를 살리기 위한 프로축구 구단의 마케팅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 장면1 = 4월16일 토요일 오전. 프로축구 울산 현대 권오갑 단장의 핸드폰 전화기에 불이 난다. “단장님, 오늘 경기에 못 나가봐 미안합니다. 다음에는 꼭 나갈께요.”(어린이보호시설 원장)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늘은 꼭 가겠습니다.”(한 기관장)

권 단장이 울산 지역 단체장 등 수백여명의 사람들에게 초청장을 보낸 뒤 휴대폰 메시지로 재차 확인까지하자 날아온 응답들이다. 대개 초청장을 받은 사람들은 고마움을 표시하고, 못오는 사람들은 ‘미안하다’며 ‘다음엔 꼭’을 약속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다져진 신뢰관계는 잠재적 축구 관중을 만들어내고, 이들은 나중에 경기장을 찾아오게 된다.

이 뿐 아니라 구단 차원에서는 서포터스 등 1만2천여 회원들에게 통신회사 서비스를 통해 일일히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 저녁 경기 있습니다. 유상철 올림’ 등 스타 선수들이 발신자로 돼 있다. 선수까지 마케팅 전선에 나선 것이다. 울산의 경우 특히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명예 구단주로 나서면서 지역적 차원에서 축구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시청과의 원활한 협력관계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버스도 경기장 앞쪽으로 지나가는 등 시민의 편의를 극도로 배려해주고 있다.

권 단장은 “경기장을 한번 찾아온 관중은 다음에도 찾아올 수 밖에 없다”며 “한명이라도 더 경기를 볼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16일 울산이 수원 삼성과 경기를 치른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는 1만8천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990002%%

# 장면2 = 3월24일 전남 광양 시내의 한 고깃집. 허정무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지역 조기축구회 회장단 30명, 구단 선수 40명, 서포터스 등 100명이 모인 자리에서 구단 홍보대사 노릇을 하며 분위기를 잡는다. 허 감독은 “축구 좋아하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만나 저녁을 하게 돼서 반갑습니다. 여러분들이 경기장에 자주 찾아오는게 우리 드래곤즈가 살고 프로축구가 사는 길입니다.”

그러자 고기굽는 연기 자욱한 식당의 100명 좌중은 박수와 건배를 외치며 화답한다. 이날 구단은 밥값과 초대비용 등으로 모두 1000만원을 들였다. 그러나 바닥부터 축구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생각하면 한푼 아깝지 않다. 4월초에는 20여개 조기축구회가 전남 선수들을 2명씩 명예회원으로 위촉했고, 선수들은 기꺼이 조기축구 모임에 나가 함께 뛰고 기술을 가르칠 것을 약속했다. 허 감독은 “팬들이 있어야 축구가 있다”며 “팬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감독도 팔걷고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 장면3 = 2월 중순. 인천 문학경기장에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마케팅전략회의. 안종복 단장 등은 올시즌 캐치 프레이즈로 ‘푸른물결 2005’를 채택하고, 4만5천원짜리 유니폼을 입고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방 18경기(18만원 상당) 무료입장 카드를 제공하기로 결정한다. 당장 티켓 판매수입은 줄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오는게 장기적으로 남는다는 판단에서였다. 경기도 보게 하고, 서포터스 경험도 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일단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수원 삼성은 홈 경기가 열릴 때면 도우미 여성 2명을 동원해 거리홍보에 나서고, 4월 들어서는 경기 시작 때 애국가를 없애는 등 스탠드 분위기를 가볍게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 등도 문자메시지 서비스, 지역방송을 통한 홍보 등으로 관중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