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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5 19:17 수정 : 2005.05.05 19:17



이젠 ‘빅지성’

챔피언스리그 한국인 첫골·이영표 1도움 ‘세계의 별’ 로
에인트호벤 막판 실점…AC밀란 원정득점 앞서 결승에

비 내리는 에인트호벤의 필립스스타디온. 3만8천여 관중은 이기고도 결승에 오르지 못한 페에스베(PSV) 에인트호벤 선수들의 아쉬움을 아낌없는 박수로 달래 주었다. 존경과 감동이 배어있는 팬들의 기립은 근래 보기 드문 극적인 축구 명승부를 연출한 선수들에 대한 감사와 애정의 표현이었다. 극동에서 온 ‘태극 듀오’ 박지성(24)과 이영표(28)는 그라운드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팬들은 뜨거운 눈물로 찬사를 보냈다.

페에스베 에인트호벤의 ‘세계화된 미드필더’ 박지성이 5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필립스스타디온에서 열린 2004~20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 경기에서 전반 9분 벼락골로 ‘세계의 별’로 떴다. 한국 선수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본선 골이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통산 10호골. 박지성은 아시아 선수로는 1979년 독일 FC쾰른 소속으로 이 대회 4강에서 골을 터뜨린 일본의 오쿠데라에 이후 4강전에서 골을 기록한 두번째 선수가 됐다.

‘왼쪽 전문’ 이영표도 97개국으로 중계된 이날 경기에서 ‘세계스타 등극’을 알렸다. 후반 20분 AC밀란 부동의 오른쪽 윙백 카푸를 따돌리고 왼쪽 구석으로 치고들어가다가 공을 문전으로 띄운 장면은 이날의 압권. 절묘한 크로스는 문전쇄도하던 ‘백전노장’ 필립 코쿠의 머리에 걸려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에인트호벤의 2-0 우세에 경기장은 열광으로 도가니가 됐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가 박지성의 활약을 중점적으로 보도했고, 〈비비시〉 등도 박지성과 이영표의 활약에 높은 평점을 메겼을 정도로 두 명의 한국 선수들은 이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전광판이 후반 45분을 가르킨 시점. 운명의 장난처럼 “AC밀란의 치명적인 역습공격이 두렵다”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말이 예언이 됐다. 90분간 세계 최고의 공격력을 뽐내는 AC밀란을 막아세우던 에인트호벤 수비수들이 2분을 더 지켜내지 못하고 상대 미드필더 마시모 암브로시니의 몸을 날리는 헤딩슛을 허용한 것이다. 에인트호벤은 1분 뒤 코쿠가 신들린듯한 발리슛으로 골을 성공시켜 3-1로 점수를 벌려 1·2차전 합계 3-3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원정경기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이날 한 골을 넣은 AC밀란에게 결승 티켓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박지성은 경기 뒤 “이번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세계적인 축구가 어떤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있을 암스텔컵 우승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통산 6회 우승에 빛나는 AC밀란은 2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20년만의 정상복귀를 노리는 리버풀(잉글랜드)과 단판승부로 우승컵을 다툰다.

에인트호벤/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 4강 2차전

PSV에인트호벤(1승1패) 3-1 AC밀란(1승1패)

△득점= 박지성(전9분) 필립 코쿠(후20분·후47분·이상 에인트호벤) 마시모 암브로시니(후46분·AC밀란)


히딩크 감독 “다 잡았는데…”

‘4강 징크스’ 에 기적 재현 물거품

▲ 거스 히딩크 PSV 에인트호벤 감독이 5일(한국시각) 열린 2004~200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 경기에서 판정에 항의하자 대기심이 제지하고 있다. 에인트호벤/AFP 연합
“거의 다 잡았는데, 마지막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갔다.”

‘명장’ 거스 히딩크 페에스베 에인트호벤 감독이 땅을 쳤다. 에인트호벤의 1987~88시즌 유러피언 챔피언스클럽컵(챔피언스리그 전신) 우승 영광을 17년만에 재현시키려던 그의 야망이 9부 능선에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당시 에인트호벤은 벤피카(포르투갈)와의 결승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극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이번 시즌에도 운이 따르는 듯 했다. 마테야 케즈만, 아르옌 로벤 등 걸출한 공격수들을, 구단이 ‘부자구단’ 첼시에 팔아넘겨 화려한 스타는 없었다. 하지만, 탁월한 지도력과 용병술로 선수들을 조련해 8강 2차전에서 프랑스 챔피언 올랭피크 리옹을 승부차기 끝에 꺾는 등 연승행진을 벌이며 4강에 올랐다. 하지만, 에인트호벤은 AC밀란의 벽을 거의 다 넘는가 싶더니 막판 한순간 선수들의 방심으로 아쉽게 추락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네덜란드대표팀, 2002 한-일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두번씩이나 4강에 올랐지만, 끝내 결승진출 꿈을 이루지 못한 히딩크 감독은 ‘4강 징크스’에 또 한 번 울어야 했다.

에인트호벤/김경무 기자


영표 ‘인기짱’

공 잡으면 관중들 “리, 리!” 연호
인터뷰 잘하고 품성좋아 팬 열광

▲ 페에스베(PSV) 에인트호벤의 이영표가 5일(한국시각) 열린 2004~200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 경기 도중 힘든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엎드려 있다. 에인트호벤/AP 연합
“리(Lee), 리, 리!”

‘초롱이’ 이영표가 왼쪽에서 공만 잡으면, 3만8천 관중석을 가득 메운 에인트호벤 팬들은 이렇게 연호했다. 그리고 그런 외침은 전·후반 90분 내내 이어졌다.

‘태극 듀오’ 중 한국에서는 박지성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이영표가 ‘인기짱’이었다. “박지성이 실력은 더 낫다. 하지만, 이영표가 인기는 더 있다. 얼굴도 미남이다. 너무 예쁘다.” 이날 남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세시엘 반 반 스트라툼은 에인트호벤의 골수팬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에인트호벤의 언론 담당자인 헤르트 반 두른도 “‘리’는 영어로 인터뷰도 잘하고, 품성(퍼스낼러티)이 좋다”며 “이곳에서는 인기가 무척 좋다”고 했다.

이영표는 이런 팬들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날 후반 20분에는 AC밀란의 세계적 오른쪽 윙백 카푸(브라질)를 절묘하게 따돌리고 문전으로 크로스를 만들어 필립 코쿠의 헤딩골을 도왔고, 팬들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잉글랜드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토니 뱅크스 기자는 “이영표는 기술을 갖춘 훌륭한 플레이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달 24일 첫 딸까지 얻어 경기 뒤 일주일간 한국으로 휴가를 떠날 예정인 이영표. 그는 박지성 못지 않게 에인트호벤의 중심에 있었다.

에인트호벤/김경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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