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10 17:19
수정 : 2005.05.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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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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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축구 무대에서 외국인 수비수들의 활약이 확대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국내 수비수들의 능력에 대해 각 팀 감독들이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중앙 수비 포지션의 중요성 때문이다. 감독들은 팀 전술상 스트라이커, 플레이메이커 못지않게 중앙 수비수가 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하고 있다. 셋째는 수년째 케이(K)리그에서 주 득점원으로 활약하는 외국인 스트라이커를 막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국내 선수들은 이 기준을 만족시켜주지 못할까? 문제는 아직도 세계 흐름을 타지 못한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경직성에 찾을 수 있다. 통상 현대축구는 압박, 스피드가 강화되는 추세다. 당연히 중앙 수비수는 빠르고 정교하고 정확한 패스와 킥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능적인 대인 견제능력과 좌·우의 수비수들을 통제하고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중·고 선수 시절 일명 ‘뻥 축구’에 익숙한 지도를 받아온 선수들이 스스로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한국 축구문화가 안고 있는 훈련과 경기의 문제점의 연장선이다.
수비보다는 공격, 궂은 일보다는 골 넣는 선수만 조명하는 풍토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빛을 덜 보니 수비 자원에 한계가 있다. 능력있는 수비수들이 리그에서 골잡이 못지 않게 사랑을 받고 이를 통해 큰 선수로 거듭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되면 스트라이커 뿐 아니라 중앙 수비수에서도 외국인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국내 축구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과거 외국인 문지기 폐해로 국내 문지기들이 설 땅을 잃으면서, 외국인 문지기 수입 금지를 내렸던 것은 교훈이다.
국내 가장 대표적 인기구단이자 부자(?) 팀인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주전 중앙수비수를 외국인 선수에게 맡기는 현상은 팀의 판단에서 결정한 일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한국 축구의 수비수 발굴과 활용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지난해 축구연구소를 출범시키면서 ‘수비수를 효율적으로 발굴하고 훈련시키는 자료’를 구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고 있는데, 그 이유는 수비 불안 해소 없이 한국축구가 세계축구와 경쟁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유소년 지도자들로부터 프로팀 감독, 축구인 모두 위기감을 공히 느껴야 한다.
신문선 에스비에스(SBS)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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