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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수문장 예지 두덱이 AC밀란의 승부차기 5번째 키커인 안드레이 셰프첸코의 슛울 몸을 날리며 막아내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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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AC밀란 파상공세 봉쇄, 승부차기 흔들기전법 2골막아 “선수들은 쥐가 나서 쓰러졌다. 그러나 믿음이 있었고 승리했다.”(라파엘 베니테스 리버풀 감독) “페널티킥을 가장 잘 하는 3명이 실축했다. 져도 어쩔 수 없다.”(카를로 안첼로티 AC밀란 감독) 2004~2005 시즌 유럽프로축구 대미를 장식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붉은 군단’ 리버풀(잉글랜드)의 우승으로 끝났다. 리버풀은 26일(한국시각) 새벽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올림피야트 경기장에서 열린 AC밀란과의 결승전에서 전·후반 90분 3-3 동점과 연장 무승부에 이은 승부차기〈3-2〉 승리로 대망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리버풀은 1984년 AS로마(이탈리아)를 승부차기(4-2)로 꺾고 우승한 이후 21년만에 다시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챙겼고, 통산 5번 정상등극으로 우승컵을 영구 보관하게 됐다.
신만이 안 극적 반전= 전반 3골을 터뜨린 AC밀란이 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AC밀란은 경기 시작 52초만에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가 발리슛으로 챔피언스리그 사상 가장 빠른 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39분과 44분에는 아르헨티나 출신 골잡이 에르난 크레스포의 연속골로 3-0으로 앞서갔다. AC밀란은 이것으로 경기가 끝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섣부른 오판이라는 것을 아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리버풀은 후반 9분 주장 스티븐 제라드의 헤딩슛, 11분 블라디미르 스미체르의 중거리슛, 15분 사비 알론소의 페널티킥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7분새’ 3골이 터질지 누가 알았을까? 복권같은 승부차기의 냉혹함=뒤지다가 따라잡은 리버풀의 행운은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AC밀란은 첫 키커 세르지뉴의 슛이 허공으로 뜨면서 불길한 징조를 느꼈고, 두번째 키커 안드레아 피를로의 슛도 문지기 예지 두데크에 걸리면서 땅을 쳤다. 반면, 리버풀은 첫 키커 디트마르 하만을 비롯해 연달아 두 명이 승부차기를 성공시켜 2-0으로 앞서가면서 84년에 이어 승부차기로 우승컵을 따냈다. 안첼로티 AC밀란 감독은 “승부차기는 복권이나 다름없다. 실력보다는 정신력”이라며 패배를 안타까워했다. 승장과 패장=베니테스 리버풀 감독은 지난해 발렌시아(스페인)를 유럽축구연맹컵 우승으로 이끈 데 이어, 리버풀을 유럽축구연맹컵보다 더 권위있는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림으로써 세계적 감독으로 이름을 꾹 새겼다. 4강 2차전에서도 첼시의 주제 무리뉴 감독과 머리싸움을 벌이며 결승행 티켓을 잡는 모습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베니테스 감독은 “하프 타임에 변화를 줬다. 선수들의 믿음 덕분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감격해 했다. 안첼로티 AC밀란 감독은 “가혹한 패배지만 받아들인다”며 눈물을 삼켰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영웅 중의 영웅은 예지 두덱이었다. 리버풀의 ‘거미손’ 두데크는 3-3이던 연장 후반 12분 AC밀란 ‘득점기계’ 안드레이 셰프첸코의 머리받기 슛을 본능적인 팔 동작으로 쳐냈고, 튄공을 다시 찬 셰브첸코의 두번째 슛도 막아내며 패배 문턱에서 팀을 구해냈다. 두덱은 나중 “셰프첸코의 슛을 막은 것은 하늘의 도움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진가는 승부차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양손을 넓게 벌린 뒤 흔들면서 공작의 깃털처럼 반원을 만들고, 춤을 추듯 좌우로 심하게 몸을 흔들면서 키커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1, 2번 키커의 공을 막아냈다. 마지막 키커인 셰프첸코의 공을 정면에서 막아낸 뒤에는 세상을 얻은 듯 포효했다. 2002 한-일월드컵 한국-폴란드전에도 출전했던 두덱은 “우리가 어떻게 해냈는지 알 수 없다. 천국에 온 기분이다”라고 기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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