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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백패스 일관 ‘통괘한 승리좀 보여줘!’ 9일 새벽 2시45분(한국시각)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쿠웨이트전와의 원정 5차전을 앞둔 본프레레호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남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8월17일·서울)에 관계없이 본선 티켓을 딴다. 그러나 유독 원정에 취약한 ‘종이 호랑이’이기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축구 전문가와 팬들은, 아시아강호다운 한국축구의 매운 맛을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복된 변명 “다음엔 좋아질 것이다”= 2월9일 A조 쿠웨이트와의 첫 경기(2-0승)부터 3월25일 사우디아라비아전(0-2패), 3월31일 우즈베키스탄전(2-1승), 3일 우즈베키스탄전(1-1 무승부)까지 한국의 2승1무1패 행진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국내 축구 전문가들은 “기다려 봐라. 어떻게든 본선은 갈 것”이라며 본선진출을 낙관했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기본적인 역량에 알파(α)를 더해내지 못했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조각난 듯 개인기량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세트플레이를 다듬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득점은 약속된 것이 아니라 우연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본프레레 감독은 “다음엔 좋아질 것이다”고 말하지만 축구 색깔은 드러나지 않는다. 납득하기 어려운 선수기용= 유럽축구 스카우트가 5월 2004~20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 때 이영표(PSV에인트호벤)에 눈길을 보낸 것은 왼쪽 윙백으로 부지런히 공격에 가담하면서, 적절한 크로스를 해주는 능력 때문이었다. 이영표는 그야말로 왼쪽에 있을 때 능력의 100% 이상을 발휘한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은 김동진(FC서울)을 왼쪽미드필더로 살려내기 위해, 이영표 카드를 오른쪽으로 배치하는 ‘모험’을 여러차례 택했다. 아쉽게도 본프레레 감독의 선택은 지금까지 실패다. 서현옥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왜 이영표를 왼쪽에 쓰지 않나 모르겠다. 김동진을 살리는 것보다는 이영표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원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장해 여러차례 실수를 범한 유상철(울산 현대)을 고집하는 것도, 축구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여론에 밀려 박주영(FC서울)마저 뽑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선수들 ‘투지실종’ 백패스 일관 = 본프레레 감독 부임 이후 축구대표팀은 ‘백패스, 횡패스’ 인플레이션이다. 그런 백패스나 횡패스가 전술적으로 상대를 유인하기 위한 작전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공을 오래 끌다가 줄 데가 없으니까 뒤로 빼는 안이한 성격이 짙다. 서현옥 전 기술위원은 “중원에서의 전방패스는 칼날같아야 하며, 수비수들은 오래 공을 오래 끌면 상대는 정비를 다 마치게 된다”고 지적한다. 공을 갖고 있지 않으면 줄기차게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훈련 기간이 길어 조직력이 다져진 것도 아니다. 프로에서 뛰듯이, 좀더 승리를 향해 집착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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