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6 05:50
수정 : 2005.06.1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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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6일 새벽(한국시간) 네덜란드 에멘의 에멘스타디움에서 열린 2005세계청소년(U-20)축구선수권대회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백지훈(오른쪽 세번째)의 역전골로 2-1 승리를 거둔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에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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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44분 박주영 동점골·인저리타임 백지훈 역전골
후반 44분 나이지리아에 0-1로 지고 있는 암담한 상황. 23년만의 ‘4강 신화’ 재현은 물건너가는 듯했다. 상대 아크 정면 4m 지점에 선 공을 바라본 박주영이 심호흡을 한번 했다. 백지훈이 조금 전 얻어낸,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자유차기 기회. 조금 전 공다툼 과정에서 손을 잘못 짚어 탈구된 왼쪽 팔꿈찌 통증이 집중을 방해했다. 이 때 박주영은 공을 향해 달려들며 오른발로 감아찼다. 공은 나이지리아 수비수들 머리 위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휘어 날아갔다. 정확하게 왼쪽 구석을 향한 공은 상대 문지기 반젠킨의 손을 피해 골그물을 출렁였다. 이 환상의 동점골은 박주영의 이 대회 첫골이었다. 하지만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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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영이 16일 새벽(한국시간) 네덜란드 에멘스타디움에서 열린 2005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나이지리아와의 예선 2차전에서 페널티킥 하고 있다.(에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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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뒤 이번엔 박주영이 기회를 만들고, 마무리는 백지훈이 맡았다. 박주영은 상대 벌칙구역 가운데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문지기 반젠킨은 공을 잡으려다 살짝 놓쳤고 공은 골문 왼쪽으로 굴렀다. 순간 그 앞에 있던 백지훈이 슈팅을 날렸다.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 각도였다. 그러나 공은 골그물 오른쪽 구석을 정확히 강타했다. 후반 추가시간 2분만에 터진 극적인 역전골이었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본능 킬러’ 박주영과 ‘얼짱’ 백지훈이 지옥 문앞까지 간 한국 축구를 구해냈다. 특히 박주영은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에서 0-1로 지고 있던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킨 데 이어 이날도 후반 막판 극적인 동점골을 꽂아넣으며 ‘해결사’로서의 구실을 충실히 해냈다.
박성화 감독의 한국 대표팀은 16일 새벽(한국시각) 네덜란드 에멘의 에멘 경기장에서 열린 2005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F조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에 후반 막판 2골을 몰아치며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1승1패 승점3점을 챙긴 한국은 같은 승점, 골득실(0)의 스위스를 다득점에서 제치고 조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18일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16강 진출을 확정짓고, 비기거나 질 경우 스위스-나이지리아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전반 4-3-3의 변형된 형태를 들고나온 한국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스트라이커 오코론쿼에게 골지역 왼쪽에서 위험한 슈팅을 내주는 등 발빠른 상대 공격수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나이지리아 좌우 미드필더 아부워와 삼보는 150㎝대의 작은 키에도 엄청난 스피드로 한국 진영을 파고들며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전반 17분 한국의 오른쪽 진영에서 찔러주기 패스를 받은 아부워가 수비수 신형민과 문지기 차기석을 제치고 텅텅 빈 한국 골대를 향해 슛을 성공시켰다. 골대를 비우고 나왔음에도 공을 먼저 잡아내지도 못한 차기석의 판단력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박성화 감독은 전반 33분 신형민을 빼고 이요한을 투입하며 3-4-1-2로 포메이션의 변화를 꾀했다. 애초 오른쪽 공격수로 나온 박주영이 처진 가운데 스트라이커로, 김승용과 신영록이 좌우 공격수로 보직 변경했다. 그뒤 한국의 수비는 전보다 다소 안정됐지만, 공격에서는 이렇다할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 2분만에 한국에 첫 기회가 찾아왔다. 안태은이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 아팜의 파울을 유도, 벌칙차기를 얻어낸 것. 중책을 맡은 박주영은 골문 왼쪽을 보고 날렸으나 반젠킨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천금같은 동점 기회를 날린 박주영이 자칫 ‘역적’으로 몰릴 뻔한 상황. 그러나 박주영은 막판 동점골을 뽑아내자마자 역전골 기회까지 만들며 ‘자유차기의 악몽’을 씻어냈다.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제골 때의 실책에 마음 졸이던 차기석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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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새벽(한국시간) 네덜란드 에멘스타디움에서 열린 2005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예선 2차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백지훈(왼쪽)과 박주영(오른쪽) 등 선수들이 운동장을 돌며 환호하고 있다.(에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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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은 경기 뒤 빠진 왼쪽 팔꿈치를 다시 끼워 맞춘 뒤 붕대를 감고 경기장을 나왔다. 그는 “자유차기를 보고 차려고 했는데 달려가다 까먹었다”며 “브라질은 강한 상대지만 우리도 강하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박주영의 부상은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애 최고의 결승골을 집어넣은 백지훈은 “16강 진출이 고비를 맞을 수도 있었는데 제 골로 거기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화 감독은 “브라질이 워낙 강한 팀이라 수비를 단단히 해야겠지만 절대 비기는 전략으로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브라질전에 대한 각오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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