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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6 19:00 수정 : 2005.06.16 19:00


후반44분-47분 마술같은 동점-역전골, 박성화호, 나이지리아 꺾고 F조 2위로

0-1로 패색이 짙어갔다. 후반 44분. 이대로 가면 진다. 비가 내린다. 암담한 상황. 16강 진출을 향한 희망은 계속 쪼그라들어 이제 바늘구멍이 돼버렸다. 1983년 멕시코대회 이후 22년만의 ‘4강 신화’는 결국 허황한 꿈이었던 것일까?

이 때 박주영이 상대 아크 오른쪽 정면 앞 4m 지점에 섰다. 팀 주장이자 친구인 백지훈이 조금 전 얻어낸,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는 자유차기 상황. 조금 전 수비수와 공중 몸싸움을 하다 헛짚어 빠져버린 왼쪽 팔꿈치의 통증이 신경을 계속 자극한다.

그가 누군가. 한국 축구의 구세주가 아니던가. 공을 향해 달려든 박주영의 오른발등이 공의 오른쪽 아랫배를 꽉 움켜쥐었다 놨다. 발을 떠난 공은 수비수들의 키를 넘기는 순간 급속히 왼쪽으로 휘어들어갔다. 당황한 상대 문지기 반젠킨이 순간 동작으로 몸을 날렸다. 공의 회전각은 컸다. 손을 뻗는 순간 이미 공은 골 그물 왼쪽 끝을 폭격했다. 기적 같은 동점골. 브라질의 축구천재들이 보여줬던, 그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박주영이 보여준 것이다.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분 뒤 이번엔 박주영이 기회를 만들고, 마무리는 백지훈이 했다. 박주영은 상대 벌칙구역 가운데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문지기 반젠킨은 공을 잡으려다 살짝 놓쳤고, 공은 골문 왼쪽으로 굴렀다. 순간 달려들던 백지훈이 온 힘을 다해 왼발 슈팅을 날렸다.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 각도. 그러나 공은 문지기와 골 사이의 그 좁은 공간을 갈랐다. 그리고 그물 오른쪽 구석을 정확히 강타했다. 후반 추가시간 2분만에 터진 극적인 역전골이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젊은이들의 기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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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한국시각) 새벽 네덜란드 에멘에서 열린 2005 세계청소년축구대회 F조 2차전. 박성화 감독의 한국팀이 후반 막판 ‘천재 골잡이’ 박주영(20·FC서울)과 ‘얼짱’ 백지훈(20·〃)의 기적의 3분 드라마에 힘입어 아프리카 강호 나이지리아에 2-1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로써 한국은 1승1패로 승점 3점을 챙겨 조 2위로 올라섰다.

이날 박주영이 꽂아넣은 ‘꼼짝마 슛’은 그의 전매특허. 박주영은 지난해 9월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예멘전(4-0승리)에서 팀의 네번째 골도 같은 위치에서 성공시켰다. 지난달 18일 광주 상무전에서 프로 데뷔 뒤 첫 해트트릭 때도 전반 18분 비슷한 자유차기 상황을 골로 연결시켰다. 아크 부근은 이른바 ‘박주영 존’으로 부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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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의 이날 시작은 불안했다. 전반 17분 아부워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문지기 차기석은 어설프게 골문을 버리고 나왔다 위기를 자초했다. 박성화 감독은 전반 33분 신형민을 빼고 이요한을 투입하며 4-3-3에서 3-4-1-2로 포메이션의 변화를 꾀했다. 애초 오른쪽 공격수로 나온 박주영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김승용과 신영록이 좌우 공격수로 보직을 바꿨다.

후반 2분만에 한국에 첫 기회가 찾아왔다. 안태은이 벌칙차기를 얻어낸 것. 키커로 나선 박주영은 골문 왼쪽을 보고 날렸으나 반젠킨의 몸에 걸렸다. 동점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한국축구의 ‘영웅’이 자칫 ‘역적’으로 몰릴 뻔한 상황. 그러나 박주영은 막판 ‘3분의 기적’을 연출하며 악몽을 씻어냈다.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제골 때의 실책에 마음 졸이던 차기석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에멘/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16일 전적〉

△A조=일본 1-1 베냉, 네덜란드 3-0 오스트레일리아

△E조=콜롬비아 2-0 캐나다, 시리아 2-1 이탈리아

△F조=브라질 1-0 스위스, 한국 2-1 나이지리아


승리 주역들의‘말말말’

“준비한 골 세리머니, 정신없어 못했어요.” 백지훈이 나이지리아전 결승골을 넣은 뒤 한 기자회견서.


“역전골 김진규가 넣은 줄 알았어요.” 박성화 감독이 극적인 역전 상황에 흥분해 잠시 헷갈렸다며.


“페널티킥, 달려가다가 까먹었어요.” 박주영이 벌칙차기 실축을 묻자 멋쩍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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