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감독이 한국 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6월18일 대한축구협회가 그를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발표하면서부터.
포르투갈 출신의 명장 움베르투 코엘류(55) 전 감독이 지난해 '오만 쇼크'와 '몰디브 망신'으로 1년2개월만에 중도하차하면서 위기의 한국호를 구할 차기 선장으로 본프레레 감독이 선택됐다.
계약 기간은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로 허정무 현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수석코치로 나서 본프레레호의 '조타수' 역할을 맡았다.
나이지리아의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던 본프레레 감독이지만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점, 아프리카와 중동 등 변방을 떠돌아 선진 축구의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 성적 부진과 선수단과의 마찰 등으로 중도 해임이 잦았다는 점에서 이른바 '3류감독' 논란에 휩싸이며 출발부터 먹구름을 드리웠다.
특히 본프레레 감독의 선임은 이에 앞서 대표팀 차기 사령탑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브뤼노 메추 전 세네갈 대표팀 감독과의 협상이 틀어지는 바람에 졸속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데뷔전인 지난해 7월10일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뒀지만 이후 졸전과 선전이 엇갈리는 '롤러코스터' 행보로 불안감을 더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두번째 평가전을 1-1로 비긴 본프레레호는 첫 실전무대인 2004아시안컵 1,2차전에서도 답답한 내용으로 1승1무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본프레레호는 이어진 쿠웨이트와의 3차전에서 '황태자' 이동국(포항)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두고 대회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난적 이란과의 8강전에서 무려 4골을 허용하며 3-4로 무릎을 꿇어 팬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아시안컵 이후 본프레레 감독은 아테네올림픽에서 돌아온 젊은피를 수혈해 정예멤버를 구축했지만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베트남전 신승(2-1), 레바논전 무승부(1-1)에 머무르는 등 크게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반전의 계기를 찾은 것은 지난해 말. 몰디브를 안방에서 2-0으로 격파한 본프레레 감독은 허정무 코치의 사퇴 소식을 뒤로 하고 12월 '전차군단' 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둬 한껏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 1월 국내파 위주로 미국 LA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 본프레레호는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 2무1패에 그쳤지만, 영건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나쁜 평가를 받지는 않았다.
2월 쿠웨이트와의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에서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으며 2-0 승리를 챙겼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하던 본프레레 감독의 발목을 잡은 것은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는 3월 한국을 홈으로 불러들여 2-0 완승을 거두며 '담맘의 치욕'을 선사했다. 더군다나 본프레레 감독은 이 경기를 마치고 패인을 선수 탓으로만 돌려 결정적으로 여론의 반발을 사게 된다.
그러나 본프레레호는 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을 1승1무로 마친 뒤 6월 쿠웨이트 원정에서 4-0 대승을 올리며 한국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최근 막을 내린 2005동아시아연맹(EAFF)선수권에서 최하위(2무1패)에 그쳐 경질론을 촉발시켰다.
"국내 선수들의 테스트가 이번 대회의 주목적"이라는 본프레레 감독의 항변도 정말 유망주들로 팀을 구성한 중국, 일본의 선전에 묻혀 설득력을 잃고 만다.
북한과의 통일축구 친선경기를 3-0 승리로 이끈 본프레레 감독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는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리턴매치. 본프레레호는 결국 이날 홈 경기마저 0-1로 내줘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성과마저 아련히 잊혀지고 말았다.
(서울=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