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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3 19:56 수정 : 2005.08.23 19:57

‘본프레레호’ 순항에서 좌초까지

눈높아진 축구팬 ‘색깔없음’ 못참았다
사우디전 패배 선수탓 돌린뒤 여론 역풍


‘99%의 기대를 모았다가, 99%의 반대에 직면한 사나이.’

23일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전격 물러난 조 본프레레(59) 감독. 그의 14개월(432일)은 정점에서 바닥을 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4월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몰디브전 0-0 무승부 때문에 결국 불명예 퇴진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후임으로 6월23일 부임할 때, 축구계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나이지리아에 금메달을 안긴 명장”으로 그를 높게 평가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부임 이후 첫 국가대표간 경기(A매치)인 바레인과의 친선경기에서 2-0 승리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어 2004 아시안컵에서는 이동국 등의 활약으로 8강에 올랐고, 강호 이란(3-4패)에 져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경기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11월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몰디브와의 마지막경기에서는 2-0 승리로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으며 다소 어수선했지만 1단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더욱이 12월 독일대표팀과의 서울 평가전에서 3-1 승리로 재임기간의 정점을 맞았다.

그러나 올 2월 아시아 최종예선 쿠웨이트와의 첫 경기에서 2-0으로 이겼지만, 시원한 경기를 펼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정적으로는 3월25일 ‘담맘의 치욕’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정경기 0-2 패배로 지도력을 의심받게 된다. 특히 경기 뒤 패인을 선수탓으로 돌려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됐다.

‘아무 색깔없는 축구’, ‘선수도 장악하지 못하는 지도력’ 등 그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특히 ‘천재 스트라이커’ 박주영(FC서울)에 대해 처음에는 ‘호호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선수’라고 혹평했다가 여론에 밀려 발탁해 선수 보는 눈을 의심받기도 했다. 그런 박주영은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크와의 원정경기에서 종료 직전 1-1 동점골을 터뜨려 본프레레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다행히 6월8일 한국팀은 쿠웨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독일행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축구대회(7.31~8.7) 최하위로 곤두박질친 뒤 17일 아시아 최종예선 사우디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0-1로 져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결국 경질되기에 이르렀다.

본프레레 감독은 재임기간 11승8무6패의 성적을 거뒀고, 한국축구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2002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4강 신화라는 달콤함을 맛본 한국 축구팬들의 크게 높아진 눈높이는, 지도력도 없고 색깔도 없는 그를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결국 그것이 그를 중도하차시킨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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