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8 18:43
수정 : 2005.08.3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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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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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 이영표 토튼햄 이적 확정
팀내 5번째 고액연봉에 4년계약
10월22일 맨유 박지성과 맞대결
“어! 저 선수 누구지? 정말 발재간 좋네….”
1999년 6월12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허정무 감독의 한국축구대표팀과 멕시코가 맞붙은 코리아컵 국제축구대회에서 국가대표로 첫선을 보인 한 선수가 관중과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인기가 뛰어난 ‘녹색 쥐 군단’ 멕시코를 상대로, 거침없는 헛다리짚기로 퍽퍽 상대선수를 쓰러뜨리고, 거친 반칙에 넘어져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일어나는 선수. 팬들은 한국 축구에도 저런 선수가 있었나를 의심하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건국대생이던 이영표였다. 그는 1970년대 한국 축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김진국의 개인기를 방불케하는 현란한 드리블과 깔끔한 매너로 팬들 앞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로부터 6년여 뒤인 27일, ‘초롱이’ 이영표(28)는 “소년시절부터 그리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꿈을 이뤘다. 팀은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토튼햄 핫스퍼.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심장부 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이다. 국가대표팀 첫 경기 때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던 수줍은 청년이 네덜란드 프로축구 명문 페에스베(PSV) 에인트호벤을 거쳐 세계 최고의 축구무대에 당당하게 입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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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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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의 에이전트 회사인 ㈜지센은 이날 “난항을 겪던 이영표의 이적 협상이 타결됐다”며 “앞으로 4년간 토튼햄에서 활약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영표는 에인트호벤 소속 선수로 고별경기(28일)를 치른 뒤 29일 런던의 토튼햄으로 날아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30일 정식계약할 예정이다. 이적료와 연봉을 공개하지 않은 지센은 “이영표가 토튼햄 선수 중 다섯번째 안에 드는 연봉을 받게 된다”고 밝혀, 팀내 주전으로 뛰게 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영표의 프리미어리그 합류로 한국 축구는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포함해 2명의 프리미어리거를 보유하는 등 황금기를 맞게 됐다.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볼튼)와 이나모토 준이치(웨스트 브롬위치)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소속팀 명성은 뒤떨어진다.
토튼햄은 1882년 창단한 전통의 팀. 프리미어리그에서 2회(1951, 1961년) 우승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는 8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런던 북부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 마르틴 욜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으며, 2004~2005 시즌 리그에서는 9위(14승10무14패)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 초반 2승1무로 상승세를 달리다가 27일 첼시에 0-2로 졌다.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2005 피스컵 코리아대회에서 우승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홈 경기장은 3만6천여석 규모의 화이트 하트레인 스타디움. 이영표는 10월22일 토튼햄 유니폼을 입고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 나서 에인트호벤서 한솥밥을 먹던 박지성과 맞붙는다.
중·고시절 드리블 연습하는 게 너무 좋아 감독의 눈을 피해 드리블 ‘한 우물’만 파던 소년은, 개인기와 전·후반 90분을 소화해낼 강철체력이 없으면 견디기 힘든 프리미어리그에서 새로운 축구인생을 맞게 됐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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