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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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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초반 적응기에 고비를 만난 분위기다. 박지성은 10일(한국시간) '맨체스터 더비'에서 쉴새없이 움직이는 특유의 플레이로 80분을 소화했다. 그러나 이날 플레이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좀 더 기다리자는 신중론과 당장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조급함이 중첩되는 느낌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에 실린 평가에서 "우리 팀 공격진은 웃음거리"라고 혹평했다. 퍼거슨 감독은 "한 골을 넣고 모든 게 끝났다. 모든 수비수를 페널티박스에 끌어들여 놓고 쓰레기를 쫓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골 목표를 88골로 공표한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주도권을 잡고도 1골 밖에 넣지 못한 채 동점골을 내준 경기 내용에 불만이 없을 리 없다. 퍼거슨 감독은 그러나 "이제 겨우 4경기다. 우리 팀은 여전히 자신감과 팀 정신으로 뭉쳐있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의 불만 중에는 득점원이 특정 선수에 지나치게 집중된 데도 있다는 진단이다. 3승1무(6득점 1실점)를 기록한 맨유는 4경기 연속골의 루드 반 니스텔루이가 4골, 웨인 루니가 2골을 뽑아낸 게 전부다. 박지성은 이날 4-3-3 포메이션의 스리톱에서 니스텔루이, 루니와 호흡을 맞췄다. 전반에는 슈팅과 헤딩패스, 인터셉트로 나름대로 활발했지만 후반 사각 찬스에서 슛도 아니고 패스도 아닌 마무리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밤잠을 설치며 중계를 지켜본 팬들을 더 안타깝게 한 것은 전반 30분 이후 좀처럼 볼 터치를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축구전문사이트 '사커월드' 게시판에는 '박지성의 활약을 좀 더 기다려야 하나'는 탄식과 함께 여러 진단이 올라왔다. 맨유 포럼도 '그를 기다려라'고 평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산소탱크'로 데려왔지만 이날 플레이는 왠지 위축됐다는 평가다. 스카이스포츠.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평점도 평범한 6점에 그쳤다. 박지성은 왼쪽 측면에서 윙백 가브리엘 에인세가 자주 오버래핑을 시도하자 오른쪽 측면으로 돌거나 중앙에 자주 섰다. 그러나 중반 이후에는 중앙에 치우치다보니 볼을 잡을 기회가 적었다. 제공권에서 그다지 이점이 없는 상황에서 중앙에서 공중볼을 경합하는 게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신 폭발력.결정력을 겸비한 루니가 당초 박지성에게 기대했던 휘젓기식 플레이를 도맡았다. 맨유 홈페이지는 '그라운드 모든 곳에 루니가 있었다'며 전방, 왼쪽 어택라인, 왼쪽 수비라인을 비롯해 코너킥, 스로인을 하는 모든 상황에 루니가 보였다고 했다. 국내 팬들로서는 박지성이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루니와 경합하기 보다는 미드필드 2선으로 내려와 대런 플래처 등과 경쟁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포메이션과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인데다 퍼거슨 감독의 생각이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박지성으로서는 오는 15일 챔피언스리그 비야레알전과 18일 리버풀전이 사흘 간격으로 열려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기회에서 좀 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초반 적응기에 시련을 겪을 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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