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9 19:04
수정 : 2005.09.29 22:36
호루라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에 온 29일, 대한축구협회는 초상집 분위기다.
아드보카트 감독 때문이 아니다. 지난 27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조중연 축구협회 부회장이 불려나가 재정 투명성 등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하고, 밤에는 <문화방송> 피디수첩 프로그램이 ‘회장님의 왕국, 대한축구협회’라는 보도를 통해 축구협회를 질타했기 때문이다. 특히 피디수첩은 축구협회의 재정이 불투명하다며 일부 후원금이 횡령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축구협회가 이런 사태에 직면한 것은 스스로 잘못한 탓이 크다. 임의단체인 축구협회는 지난해까지 법인화를 할 수 있었으나 미뤘다. 한해 270억원 넘는 규모의 살림을 하면서도 재정자료를 공개하기 꺼려한 것도 사실이다.
현 축구협회 집행부가 10년 넘게 집권하면서 폭넓게 축구인들을 포용하지 못한 것도 위기를 심화시켰다. 지난 1월 회장 선거 때는 한국축구연구소와 한국축구지도자협회의회 등 이른바 ‘축구야당’이 정몽준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등 격심한 반발을 하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29일 피디수첩의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실었지만, 역부족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정몽준 회장 체제의 축구협회 실세를 사상 처음으로 국정감사장에 불러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질타한 것을 두고,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 중 1명인 ‘정몽준 죽이기’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한다. 어쨌든 축구협회가 현재의 난국에서 벗어나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기 위해서는, 더욱 열린 행정을 펴는 민주적 단체로 거듭나는 수밖에 길이 없어 보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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