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3 15:18
수정 : 2005.10.13 15:46
스티브 김의 프리메라리가 통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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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거주하는 스티브 김의 프리메라리가통신을 연재한다. 스티브 김은 1976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9살 때 부모와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스페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5년 스페인축구협회 공인 에이전트 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마드리드에 거주하며 축구 에이전트 활동 및 축구 관련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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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는 바퀴벌레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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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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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5 시즌까지만 해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초호화군단인 레알 마드리드에는 호베르투 카를루스와 호나우두 등 2명 브라질 선수와 브라질 출신의 완더리 룩셈부르구 감독이 있었다.
올 여름 장기간 협상 끝에 브라질 최고의 유망주인 산토스클럽 출신의 호비뉴를 영입하고, 지난 시즌 다크호스로 떠오른 세비야 출신의 줄리우 밥티스타를 영입해 총 4명의 브라질 선수와 감독을 보유하게 됐다.
예상대로 호비뉴는 프리메라리가에 잘 적응을 하고 있고 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2년내에 FC바르셀로나의 호나우디뉴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 선수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밥티스타 또한 초기의 불안감에서 벗어나 골을 넣으며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부동의 ‘왼쪽 윙백’ 호베르투 카를루스도 룩셈부르구 감독이 들어온 뒤 주전 자리를 잘 지켜가며 옛 기량을 되찾는 듯 하다. 호나우두 또한 예전 만큼 멋진 플레이는 아니지만 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으므로 팀의 몇 경기 연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좋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의 ‘브라질 군단’은 여러 팀은 물론이고, 팀내 동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
2부 리그에서 승격한 알라베스와의 경기서부터 시작된 ‘바퀴벌레’ 골 세리머니가 주 원인이다. 알라베스 구단주인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터맨은 브라질 군단을 ‘광대’라며 ‘바퀴벌레 골 세리머니’를 손가락질했다. 또한 레알 마요르카와 경기에서도 브라질 군단의 골 세리머니가 상대 선수들과 감독의 비난을 받게 됐다.
심지어 최근에는 레알 마드리드 팀 동료인 수비수 이반 엘게라마저 그런 행동에 대해 비난을 하고 나섰다. 브라질 출신 선수가 골을 넣은 뒤 다른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지 않고 같은 브라질 선수끼리의 파티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다. 팀내 불화를 잘 드러낸 대목이다. 엘게라는 상대팀에서 골을 넣고 그런 행동을 하는 공격수가 있다면, 태클을 걸어서 선수의 사기를 꺾을지 모른다며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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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세레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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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구단을 지향하는 레알 마드리드 구단주인 페레스마저 이러한 행동을 자제하라며 선수들을 질책했다. 하지만, 브라질 선수들은 계속 ‘동물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고 말해 팀내 분위기가 무척 갈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레알 마요르카와의 경기 때 3-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4번째 골을 넣고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그런 세리머니를 한 것은 상대팀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조롱에 가깝다는 게 다른 팀 선수들의 하나같은 반응이었다. 골의 기쁨은 잘 이해할 수 있으나 같은 프로 선수로서 과한 세리머니는 상대팀에 대한 모욕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말 ‘마드리드 더비’가 열린다.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들이 많은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게 되는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남미 라이벌이어서 멋진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틀레티코 소속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절대 바퀴벌레 골 세리머니가 나오지 않도록 골문을 잘 지킬 것이라고 마음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절대적이자 광적인 아틀레티코 팬들이 홈구장에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그런 세리머니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을 생각한다면, 브라질 선수들이 골을 넣은 뒤 바퀴벌레 세리머니를 할 용기가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라울 곤살레스,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 이케르 카시야스 등 스타급 선수들이 많다고 해서 ‘우주인 구단’(갈락티코스·Galacticos)이라고 불리기도 한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시즌부터는 ‘바퀴벌레구단’(쿠카라차스·Cucarachas)으로 불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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