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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4 16:31 수정 : 2005.10.16 14:42

한국 축구대표팀 /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은 당구 배우는 것을 의무화해라!”

지난 12일 밤 아드보카트 감독이 첫 사령탑으로 지휘에 나선 국가대표 축구팀이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2-0으로 통쾌한 승리를 거둔 뒤, 월드컵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다.

이 가운데는 이날 경기에서 한국팀이 성공시킨 2골을 두고 누리꾼들이 쏟아내는 ‘당구축구’도 들어 있다. 이날 경기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축구 연습은 안 하고 당구만 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구를 아는 사람이 보면 12일 밤 축구경기에서 터진 두 골을 두고 ‘당구 같다’는 말을 꺼내는 것은 생뚱맞은 게 아니다. 당구인 입장에서 보면, 이날 터진 골은 조원희의 ‘스리쿠션 골’과 김진규의 ‘원쿠션 골’이었다. 한국팀이 이날 넣은 두 골은 모두 당구대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이런 이유로 네티즌들은 12일 밤 축구경기를 ‘당구축구’ 또는 ‘축구경기장에서 당구하기’(엠파스블로그 ‘미니후니’) 등으로 불렀다. 사커월드라는 축구동우회에서도 “당구 기술로 축구 기술을 물리친 경기라고나 할까”라는 반응을 하기도 했다.

“나는 축구경기를 봤나 당구경기를 봤나?”(〃 ‘히라기’)

“조원희 ‘어릴 때 당구 국가대표가 꿈이었다’ 파문”(〃 ‘피요코’)

“이것이 당구인지 축구인지. 적어도 내가 보기엔…아직도 헷갈린다..-_-”(이글루 블로그 ‘아홉뿌리’)

“첫 골은 1쿠션, 2쿠션 맞고 들어가고~ 두째 골은 1쿠션 맞고 들어가고~ 아드보카트는 축구 가르치지 말고 당구장으로 가랏~!”(올블로그 ‘sicrone’)

“13일 아침 스포츠 1면 기사는 아드보카트 감독 ‘당구선수말고 축구선수를 보내달라’ 말해 훈훈한 감동…^^”(엠파스 블로그 ‘웃어봐요’)


“첫 골에 대한 감상 한 마디.축구공으로 당구를 치다니…”

“조원희 선수 골은 가공할 쓰리쿠션 골”

조원희 선수가 경기시작 59초 만에 넣은 첫 골은 당구경기를 마무리할 때 꼭 쳐야 하는 ‘스리쿠션’이다. ‘스리쿠션’이란 때릴 공으로 먼저 공 하나를 맞힌 뒤, 때린 공을 벽면 세 번을 맞히고 나머지 다른 공을 때려야 한다. 쉽지 않은 방법이기 때문에 보통 당구를 치다보면 자신의 점수를 다 치고 맨 마지막 스리쿠션이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스리쿠션을 쉽게 이해하려면 ‘스리쿠션의 진수’라는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날 조 선수의 골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투 쿠션’이라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영상을 자세히 보면, 상대편 세 명의 선수 발->무릎 허벅지를 차례로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수비수 세 명을 차례대로 맞히며 들어간 골은 당구 묘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동안 두 명을 맞히고 들어가는 투 쿠션은 종종 있었으나 축구경기에서 ‘스리쿠션’이 나온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스리쿠션 골’이다.

네티즌들은 국가대표 축구경기에서 ‘스리쿠션’이 나온 사실에 즐거워했다. 인터넷에서도 ‘조원희 선수의 가공할 만한 스리쿠션’이라는 게시물이 넘쳐났다. 이 게시물을 본 네티즌들은 “당신을 진정한 스리쿠션의 왕이라 명하노라”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김진규의 원 쿠션 점프골”

조원희 선수, 손기정 옹과 닮았다? 초보대표 조원희 선수가 멋진 골을 성공시킨 뒤, 인터넷에서는 조 선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12일 밤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뛰고 있는 조원희 선수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일제 식민지치하인 1936년 8월9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여 일제치하에 억눌린 민족정기를 드높인 마라토너 손기정 옹의 사진을 나란히 비교해 놓은 게시물이 인기를 끌었다. 네티즌들은 여러 장의 사진을 뜯어봐도 “신기하게도 국가의 이름을 빛낸 두 명의 사진을 보면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반전 휘슬이 울리기 1분 전에 김진규의 ‘원 쿠션 점프 골’도 그랬다. 원 쿠션은 당구에서 자주 쓰이는 기술로 먼저 벽면을 한 번 맞히고 공을 맞추는 기술이다. 김 선수의 골도 이란 페널티구역 왼쪽에서 왼발 슈팅을 때렸고, 그 공은 이란 수비수의 발에 맞고 굴절돼 골키퍼의 키를 넘기며 이란 골문으로 들어갔다. 앞서의 스리쿠션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공은 힘있게 골대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축구가 아니라 당구게임이었다는 ‘관전평’도 나왔지만 그래도 글마다 ‘만족감’이 넘쳐난다. 대표팀이 멋진 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골을 넣은 두 선수는 모두 수비수다. 언론과 축구전문가들조차도 이동국-박주영-박지성의 ‘삼각편대’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수비수들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늘 언론과 전문가들 입에서는 ‘수비 불안’이 얘기됐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로 수비는 물론 골까지 넣은 두 명의 멋진 수비수가 탄생했다. 특히 ‘초보 대표’ 조원희는 이날 경기로 멋진 신고식을 치렀고, 김 선수는 자리를 굳혔다. ‘당구축구’는 팬들과 두 선수를 더욱 빛내준, 재미있는 계기였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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