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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세르비아 몬테네그로전 %!^a골 환호%!^a 16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경기에서 아드보카트감독등 코치진이 첫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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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경쟁자일 뿐이라고 축소된 두 선수의 관계는 이제 선·후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동료 관계로 변했다. 벽이 있으면 맞대고 깨라는 게 아드보카트 감독의 생각이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언론도 축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은 특정 선수의 인터뷰는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선수가 참여하는 집단 인터뷰로 언론에게 선수와 접촉할 기회를 준다. 10개의 테이블에 2~3명씩 선수가 앉아 있으면, 기자들이 찾아가 물어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게 미디어를 위한 것은 아니다. 대표팀의 이원재 미디어담당관은 이렇게 말한다. “경쟁을 노리는 것 같다. 기자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테이블의 선수들은, 많이 모이는 테이블쪽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맞는 것 같다. 10월초 열린 집단 인터뷰 때 ‘새별’ 조원희에 관심을 가지는 기자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12일 스웨덴, 16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전에 열린 집단 인터뷰에서 조원희는 인기맨으로 급부상했다. 그 모습을 본 어떤 선수는 속으로 새로운 각오를 했을 것이다. 동료 선수한테 방해되지 않도록 버스 안에서 전화하지 말라는 지시는, 선수들이 훈련장까지 전화기를 갖고갔던 기존의 습관을 떼도록 만들었다. 잠 시간까지 지시를 내리는 것은 경기력을 위한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죄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늘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고, 존중한다. 지도 방식의 차이겠지만, 과거 어떤 감독은 연습훈련중 실수를 하면 팔굽혀펴기를 시키거나 질책했다. 물론 장난이 섞인 것이었지만 선수들의 반응이 썩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실수를 할 때 절대 나무라지 않는다. 힘을 북돋아 준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매우 닮은 점은 한 없이 칭찬을 한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은 한국 선수들한테,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기술은 정말 뛰어나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한국 선수들의 기술이 수준급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말의 힘이 통했나보다. 16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 선수들은 자신감과 여유를 보여 주었다. 개인기술도 자주 펼쳤고, 패스도 모처럼 잘 들어 맞았다. 특정 선수에 대한 편애의 위험성은 가장 경계한다. 박주영은 “감독과의 일대일 만남은 없다. 팀 작전 지시나 미팅에서의 접촉 말고는 없다”고 말한다. 몇몇 선수만을 방으로 따로 불렀던 이전 지도자와는 명백히 다른 점이다. 이런 것 때문에 이영표는 “감독이 선수를 신뢰하고, 선수는 감독을 따른다”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박성화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선수의 능력이 100이라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항상 기량의 100%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능한 감독은 100%의 힘을 내도록 만든다.” 하루 아침에 기술이 달라진 게 아니다. 하루 아침에 체력이 는 것도 아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을 새로 만든게 아니라, 선수들의 자세를 새롭게 만들었을 뿐이다. 가지고 있는 기술, 체력, 정신력의 100%를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을 훈육해, 100% 이상을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을 뿐이다. 2002 한-일월드컵 때 1년6개월간 선수들과 생활했던 핌 베어벡 코치, ‘작은 카리스마’ 홍명보 코치, 압신 고트비 비디오분석가 등이 아드보카트 감독을 돕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정보와 역량을 소화해 단순하고 명확한 지휘로 팀을 이끄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리더십이 한국팀을 바꾼 절대적인 요인이다. 2006 독일월드컵이 8개월 정도 남았지만, 주전을 자신할 수 있는 선수는 박지성, 이영표 정도일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무한 경쟁에 들어가 있다. 남은 기간 선수관리의 대가 아드보카트 감독이 또 어떤 선수관리 기법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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