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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날쌘돌이’ 서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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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시련 딛고 ‘제2의 전성기’ 맞은 서정원
시련의 연속. 하늘조차도 무심한가? 한두번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다. 여러차례 좌절도 했다. 그러나 찾는 자에게 길은 있었다. 하늘은 정말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왔다. ‘날쌘돌이’ 서정원(35·SV리트). 한국 나이로 36살의 노장이 ‘오스트리아 프로축구 황태자’가 돼 돌아왔다. 올 2월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 입성해 잘츠부르크(2~5월·12경기 2골·2도움)와 SV리트(6~12월·22경기 7골)에서의 10개월. 그는 오스트리아 종합지 <쿠리어>로부터 ‘올해의 축구선수’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스포츠지 <스포르트 보헤>는 2005~2006 전반기 시즌 평가에서, 그를 1부 리그 10개팀 선수 중 1위에 올렸다. 타향에서 더 환영받는 이 선수를 누가 ‘늙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서정원의 올드팬들은 다 안다. 그가 얼마나 큰 경기에 강하고, 얼마나 빠른지를…. 1994년 미국월드컵 본선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 김호 감독의 한국팀은 경기종료 직전까지 1-2로 몰리고 있었다. 그런데 홍명보의 패스를 받은 서정원이 상대 벌칙구역 오른쪽을 전광석화처럼 파고들며 오른발 휘어차기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국내에서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의 가슴은 얼마나 통쾌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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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과 부인 윤효진씨가 21일 성남 분당의 한 카페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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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수원은 팀 코치를 제안했으나 내키지 않았다. “특별히 지도자 수업을 받은 것도 없고, 공부도 부족한 것 같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도전한 게 오스트리아 무대였다. 스트라스부르 입단 때 감독이었던 프랑스 출신 르네 감독이 중간다리를 놔 주었다. 잘츠부르크에서 리트로 간 것은, 하인츠 호흐하우저 리트 감독의 절대적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로 뛰면서 코칭기술을 배우고, 현지에서 A급 지도자 자격증을 딸 생각이다. 서정원은 유럽과 한국 축구문화의 가장 큰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그 쪽에서는 20대와 30대를 특별히 가르지 않고 필요에 의해 선수를 영입하고 활용한다. 우리는 30을 넘으면 곧 노장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동의할 수 없다.” 경기도 분당 집에서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서정원은 내년 1월7일 출국한다. 앞으로도 몇년간 ‘오스트리아 황태자’로 군림하기 위해…. 성남/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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