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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1 09:21 수정 : 2006.01.01 09:21

박주영(21.FC 서울)과 이천수(25.울산 현대).

지난 연말 프로축구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놓고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인 K-리그 간판 공격수들이다. 2006년을 맞아 둘은 차원이 다른 2라운드 경쟁에 돌입했다.

'독일로 가는 길'에서는 함께 승자가 될 수 있고 모두 패자가 될 수도 있다. 아드보카트호의 윙 포워드를 놓고 펼치는 내부 경쟁은 반드시 둘 중 하나는 상을 타게 돼 있는 MVP와는 성격이 판이하다. 현 대표팀에서 자원이 가장 풍부하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 스리톱(3-top) 라인의 좌우 윙 포워드다.

이천수는 박주영의 4년 선배다. 1981년 7월과 1985년 7월 생으로 생일은 하루 차이다. 출신 고교는 부평고(이천수), 대구 청구고(박주영)로 다르지만 대학은 고려대 선.후배 간이다. 이천수는 2002년, 박주영은 2005년 K-리그 신인왕이다.

예리하게 감아 차는 프리킥과 드리블이 장기라는 점도 닮았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쉽게 주눅들지 않는 기도 비슷한 면이 있다. 플레이 특성이 파워보다 정확도를 추구한다는 점도 같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이천수가 직설 화법으로 왕성한 '입심'을 드러내는 데 비해 박주영은 겉으로는 어눌해 보이지만 축구를 보는 눈에는 천재성이 배어있다.

박주영이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드리블과 동물적인 위치 선정 감각, 타고난 유연성으로 중앙과 측면에서 가리지 않고 득점력을 높이는 스타일이라면 이천수는 스피드를 살린 드리블과 한 템포 빠른 크로스로 어시스트에 남다른 강점이 있고 게임 메이커형 플레이에 더 적합하다는 차이가 있다.

경험 면에서는 당연히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경험했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쓴 맛을 보고 돌아온 이천수가 앞선다. 그러나 박주영도 지난해 네덜란드 세계청소년(U-20) 선수권대회를 비롯해 국제 무대라면 빠져본 적이 없다.


지난해 10월과 11월 1, 2기 아드보카트호의 세 차례 평가전에서는 함께 아픔을 겪었다. 이천수는 10월12일 이란전에서 후반 19분 박주영 대신 교체 투입됐을 뿐 내내 벤치를 지켰다.

자평한 것처럼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하나도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는 부담을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장기 해외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말끔히 털어내야 한다.

박주영도 쇄골 관절 탈구로 지난해 11월16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평가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아드보카트호 승선 이후에는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죽음의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 원정'에서 내리 두 골을 뿜어내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어낸 상승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이천수의 2006년 화두는 '성숙'이다. 스물다섯이 된 그는 K-리그 MVP 선정 직후 "그라운드 안에서는 맹수가 되고 밖에서는 성숙한 청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2003년 7월 400만 달러의 이적료와 연봉에 프리메라리가 진출 1호 태극전사가 돼 누구보다 화려한 조명을 받았지만 연속 결장과 누만시아 임대, 골대 불운으로 1년 7개월 간 방황을 거듭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컴백 직후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오기와 근성을 새로운 경쟁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게 이천수의 각오다.

반면 박주영의 새해 다짐은 '과감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1년 간 K-리그 그라운드에서 유감없이 보여준 천재성과 창의성에 덧붙여 적극성과 강인함을 녹여 넣겠다는 뜻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투쟁심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세 팀 중 한 팀만 고르라면 당연히 최강 프랑스를 상대하겠다는 박주영은 '달라진 천재'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축구화 끈을 조여맸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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