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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6 21:21 수정 : 2005.03.06 21:21

김창금 기자의 튄공잡기

창원 엘지(LG)를 기억하는가?

농구 기자를 7년째 하면서 이런 질문을 처음 던져 본다. 농구판의 명문으로 팬 뿐 아니라 기자들한테도 인기 만점이었던 이 구단이 올 시즌 잊혀졌기 때문이다.

엘지는 프로농구판에서 늘 새로운 것을 선도하는 도전적인 팀이었다. 선수단 버스에 안방 경기 일정이 쓰인 가로막을 걸고 하루종일 창원 시내를 도는 기발한 마케팅을 시도해 시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확성기 애국가 대신 바이올리니스트나 성악가의 생음악 애국가를 도입한 것은 이후 다른 구단의 본보기가 됐다. 연·고대 출신 지도자가 주류인 농구판에 고졸 출신 김태환 감독을 발탁하는 파격적인 발상으로 농구계를 놀래게 하기도 했다.

경기력도 구단 인기의 밑거름이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4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4강에 진출한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런 경기력을 바탕으로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지난 시즌까지 7년 동안 매 시즌 최다 관중을 끌어들였다. 창원에 가면 택시 운전사들조차 “오늘 저녁에는 엘지 경기가 있어 신난다”라고 말하곤 했다. 기자도 창원에만 가면 이런 분위기에 감염돼 가슴이 술렁거렸다.

그런 엘지의 올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은 3800명으로 지난 시즌보다 25%나 감소했다. 창원 취재를 가는 기자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기사 거리’를 찾는 기자들로서는 단테 존스를 앞세운 에스비에스(SBS)의 돌풍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인기 면에서 에스비에스가 엘지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난다.

엘지를 기억하는 팬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끈적끈적한 팀 색깔의 실종이다. 과거 엘지는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쉽게 지지 않았다. 막판에 뒤집기를 잘하던 팀이었다. 조우현, 김영만과 에이(A)급 가드 황성인, 여기에 송영진, 배길태, 박광재 등 좋은 후보 선수가 있다. 엔비에이(NBA) 출신 데스몬드 페니가, 제럴드 허니컷의 존재는 위압적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폭발적인 공격력, 관중의 심장 박동을 순식간에 끌어올리는 흥겨운 경기 내용은 보여주지 못했다.

엘지는 올 시즌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5년 만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이런 고통은 다음 시즌 더 좋은 경기를 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다음 시즌에는 올해의 참담함을 딛고 다시 부활하는 엘지를 보고 싶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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