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08 14:20
수정 : 2005.03.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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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기사' 이창호 9단이 2일 한국기원에서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우승 기념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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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감을 잡았다.' '국보기사' 이창호 9단이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옛 위용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 9단은 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0기 LG정유배 프로기전 16강에서 만만치 않은 신예 이희성 6단을 상대로 백 불계승을 거두고 8강에 안착했다.
이 9단은 장고파로 소문난 이 6단과 10시간 가까운 혈전을 벌였으나 대마를 포획하며 쾌승을 거둔 것. 국제기전을 포함해 5연승을 달린 이 9단의 2005년 성적표는 6승5패. 한때 1승 5패로 입단 이래 최악의 슬럼프에 허덕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천하의' 이창호로 완벽하게 복귀한 것이다.
이 9단이 거짓말처럼 살아나게 된 계기는 말할 것도 없이 농심신라면배 4연승이다.
장쉬, 왕레이, 왕밍완, 왕시를 내리 돌려세우며 한국팀에 기적 같은 우승을 안긴 감동은 여전히 팬들의 가슴속에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보면 농심배가백약이 별무소용이던 이창호에 특효약이었던 셈. 이 9단은 제5회 춘란배 결승전을 두기 위해 오는 12일 중국 창사로 떠난다.
중국의 저우허양 9단과 14, 16, 18일에 걸쳐 결승 3번기를 두는 것. 저우허양은 잘 알려졌다시피 과거 '이창호 킬러'로 이름을 날렸던 기사. 2000년까지 이창호 9단은 저우허양과 3번 대결, 모두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2002년에 2번 맞붙어 2연승으로 설욕을 했기 때문. 이 9단이 저우허양을 처음으로 꺾은 기전이 또한 농심배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중국은 2002년 2월 당시 제3회 농심배 최종국에서 이창호를 의식, '묘수'랍시고저우허양을 주장으로 내세우는 파격을 불사했으나 결과는 참패. 이날 이후 이 9단은저우허양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춘란배 결승에서도 이창호를 맞는 중국쪽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춘란배 결승전의 대국 장소는 창사. 이곳은 마오쩌뚱의 고향으로 중국에서는 '건국의 혼'이 깃든 장소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왕이면 '중국의 기'가 센 곳으로 이창호를 불러 홈그라운드의이점을 살려서라도 꼭 한 번 이겨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창사는 지난해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중국을 2-0으로 꺾어 그들의 '공한증'을중증으로 만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9단은 지금까지 170회가 넘는 번기 승부를 벌여 왔는데 무려 80%가 넘는 승률을 기록해 '번기의 제왕'이란 별호를 가지고 있다.
최근 최철한으로 인해 자존심을 좀 구기기는 했지만 현재 컨디션으로 보면 이마저 옛 이야기가 된 듯 하다.
지금의 '감'이라면 창사에선 '건국의 혼'보다는 '공한증의 망령'이 떠돌 공산이더 커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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