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0 20:41
수정 : 2005.03.20 20:41
[사진설명]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케이원(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에서 최홍만이 한-일 천하장사 대결 격인 준결승 아케보노와 경기(왼쪽 사진)에서 이긴 뒤, 결승에서 무에타이의 황제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다.(왼쪽 두번째 사진) 첫 출전에 첫 우승한 최가 종이 꽃가루와 조명의 영향으로 희뿌옇게 변한 몸통을 흔들며 특유의 테크노춤을 선보이고 있다. 탁기형 기자
통쾌 했느냐
최홍만 케이원 데뷔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스모 왕중왕 아케보노·카오클라이꺾고 우승
연말 파이널 출전권 획득…“이제부터 시작”
관중이 “최홍만” “최홍만”을 열광적으로 외쳐댔다. 흥분한 그들은 자리에 앉지 못했다.
19일 오후 케이원(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결승전 심판 3명이 모두 자신의 승리를 인정했음을 확인한 최홍만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든 뒤 그만의 흥겨운 제례를 펼쳤다. 바로 테크노춤이었다. 넉 달 전 엘지씨름단이 해체될 때만 해도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바로 그 춤이었다. 지난해 민속씨름 모래판에서 추던 춤을 최홍만은 이제 케이원 링 위에서 선보였다.
그럴만 했다. 첫 출전한 종합격투기 대회에서 챔피언까지 해냈으니 말이다. 최홍만은 8강전에서는 스모 출신으로 역시 초보 격투기 선수인 와카쇼요(일본)를 1회가 끝나기도 전에 가볍게 녹다운시켰다. 준결승에서 맞붙은 한-일 천하장사 대결에서도 아케보노의 세컨드(링 옆 코칭스태프)가 경기 시작 41초 만에 수건을 던질 때까지 아케보노의 얼굴을 양손 훅으로 마구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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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출전으로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최는 흥겨운 테크노춤을 선보여 관객을 즐겁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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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몸푸는 시간이었다. 결승 상대는 지난해 8월 서울대회의 챔피언인 무에타이의 황제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타이). 강력한 발차기와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레오처럼 상대의 공격을 유연한 허리로 피하며 거구들을 농락해온 그이다. 하지만 그도 키는 자신(1m80)보다 38㎝나 더 크고 몸무게(79㎏)는 정확히 2배 나가는 최홍만(2m18·158㎏)에게 무력했다. 그의 오른쪽 발등이 허공을 가르며 최홍만의 왼쪽 뺨을 맞힌 것은 단 1번뿐이었다.
최홍만의 주먹은 느렸지만, 팔은 길었다. 3회전 무승부 뒤 맞은 연장 1회전에서, 지친 카오클라이의 얼굴에 최홍만의 주먹이 여러 차례 꽂혔다. 최홍만의 우세승이었다. 최홍만은 이날 승리로 격투기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더구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양 손으로 얼굴 보호를 철저히 했다. 기본기를 충실히 배우고 있다는 증거다. 최홍만은 이날 승리로 연말에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그랑프리파이널 출전권을 얻었다.
넉 달 전 절반의 분노와 절반의 울음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씨름판에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천하장사’ 최홍만. 자신과 팬의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기 위한 그의 도전은 지금부터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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