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20 21:01 수정 : 2005.03.20 21:01

[김창금 기자의 튄공잡기]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과 같다.

감독과 선수, 심판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하다. 54경기로 순위를 가리는 마라톤(정규리그)이 아니라, 6강 플레이오프라는 단거리를 통해 왕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심판 판정에 대한 사령탑의 항의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불거져 나온다.

19일 ‘농구장의 신사’인 대구 오리온스 김진 감독이 안양 에스비에스(SBS)와의 플레이오프 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보여준 행위는 이런 ‘플레이오프 현상’의 한 단면이다. 김 감독은 3쿼터 말 외국인 선수 크리스 포터가 상대 단테 존스의 공을 빼앗으려다 손으로 무릎 위쪽을 치는 바람에 5반칙 퇴장당하자 웃통을 벗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공을 빼앗으려는 연속 동작에서 나온 것을 두고 심판이 편파적으로 반칙을 선언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제 3자의 위치에서는 달리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 농구인은 “당시 상황은 휘슬을 불 수도 있고, 안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판이 불어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거친 항의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김 감독 밑의 선수들은 동요했고 이후 점수는 더욱 벌어졌다. 김 감독은 막판 주전 선수를 빼고 교체 선수들을 투입했다. 이들은 단테 존스한테 ‘앙갚음’식 반칙을 감행했다. 아쉬운 모습이었다.

물론 김 감독의 ‘피해의식’에는 역사가 있다. 2002~2003 시즌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오리온스는 종료 1분께 앞서 갔으나, 계시기가 15초 동안 멈춰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로 망가졌다. 막판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연장전에 들어가 원주 티지(TG)삼보에게 졌다. 2003~2004 시즌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경기 종료 12.5초 전 바비 레이저의 결정적인 탭슛이 ‘실린더 룰(림 위 가상의 원통 위에 공이 걸렸을 때 건드려서는 안된다)’ 위반으로 판정나면서 창원 엘지에 4강행을 헌납해야 했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감독들의 얼굴을 보면,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가슴이 시커멓게 타는 듯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저러다가 수명이 단축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든다. 그러나 팬은 그런 고뇌 속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작전을 구사하고, 위기를 벗어나는 감독의 모습에서 농구보는 맛을 느낀다. 사령탑도 모든 것을 쏟아부은 치열한 전투에서 건진 승리의 짜릿한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치열한 싸움터에서도 팬은 승리지상주의가 아닌 감동을 주는 승리를 원한다. kimck@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