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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1 16:26 수정 : 2005.03.21 16:26

'리마'.지난 18일 중국 창샤에서 벌어진 제5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전에서 우승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창호 9단에게 중국 프로기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상대를 몹시 '얼얼하게, 진저리 나게, 꼼짝 못하게' 만든다는 의미라는데 한국어로는 적절한 표현이 마땅치 않다.

춘란배 우승으로 이9단은 국제대회 통산 22회(비공식 기전 2회 포함) 우승을 기록했다.

국내기전 102회 우승을 보태면 프로 생활 19년 만에 무려 124회의 우승을달성한 것이다.

이 기록은 조훈현 9단의 157회 우승에 이은 2위. 그러나 프로 경력이 43년인 조9단이 연간 3.7회 우승을 한데 비해 이9단은 6.5회로 질에 있어 크게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9단은 세계 바둑계 제일의 기록 제조기답게 한중일 바둑사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워 왔다.

이9단과 관련된 진기록은 상당한 수에 이르지만 오늘은 그 중 특이한몇 가지 기록을 통해 그의 빛나는 행적을 되밟아 보기로 하겠다.

이9단의 기록에 대해서는 한국기원과 이9단의 홈페이지( www.leechangho.com/ )를참조했다.


이9단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연승 기록이다. 이9단이 세운 최다연승은 90년 2월 27일부터 8월 31일까지의 41연승. 장장 6개월이란 기간에 걸쳐 그는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으며 '불패소년'의 이름을 만천하에 떨쳤다.

68년 김인 9단이 40연승을 기록한 적이 있으나 당시의 기전환경과 프로기사들의기량을 놓고 볼 때 이9단의 기록은 사실상 '신화'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 이창호 이후 최고의 기사로 꼽혔던 이세돌 역시 2000년 화려한 연승가도를 달렸지만 32연승에 그치고 말았다.

국내기전 우선책을 펴고 있는 데다 환율 차이가 큰 일본과 비교하기는 무리지만이9단은 국내 기사 중 유일하게 연중 상금 수입액에서 10억대를 돌파한 기사이기도하다.

이9단은 2001년 10억 천 800만원을 벌어들여 이 부문의 기록을 갱신했다.

기존의 최다 상금수익은 97년 9억 3천 500만원으로, 이 기록 역시 이9단의 것이었다.

결승전 연속 우승 기록 역시 이9단이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기전을 통틀어 이9단은 94년 6월 제4기 비씨카드배에서 우승한 이후 96년 제7회 동양증권배 세계대회 우승까지 21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이9단은 '결승에 올랐다 하면 무조건 우승'이란 신뢰를 팬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이 신뢰는 이후에도 이어져 근년에 이르러서는 가히 '신앙'의 수준에까지 도달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천하의' 이창호를 상대로 가장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던 비운의 기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9단과 최다의 대국을 치른 기사는 예상대로 스승 조훈현 9단. 조9단은 이9단을 상대로 무려 299차례 대국을 가져 118승 181패를 기록했다.

채 40%가 못 되는 승률이니 10번 싸워 6판 이상 졌다는 얘기가 된다.

다음은 유창혁 9단으로 그는 이9단과 139판을 두어 48승 91패를 했다.

유9단은조9단만 못해 34.5%의 승률을 보이고 있다.

개인별 연패 기록을 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국내 기사 중 이창호에게 가장 많은 연패를 기록한 기사는 정수현 9단. 정9단은 이9단이 입단한 다음 해인 87년 첫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무려 18연패를 당해 이 부문(?)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조훈현 9단은 9연패를 당했으나 9연승 기록이 있어 장군 멍군. 최명훈 9단은 13연패, 조한승 8단은 10연패를 당했다.

해외 기사로는 중국의 창 하오 9단이 13연패로 '공이증'의 대표적 환자로 꼽힌다.

'이창호 킬러'로 소문났던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은 5연승과 5연패. 지난 19년간 이9단이 남긴 기보 중 최다 수순 대국과 최소 수순 대국은 어떤 것일까? 최다 수순은 91년 2월 제25기 왕위전 도전1국에서 조훈현 9단과 둔 것으로 무려333수까지 진행이 됐다.

이 대국은 조9단이 2집반승을 거뒀다.

최소 수순도 조9단과의 기록으로, 기전 역시 공교롭게도 왕위전이었다.

이9단은 2001년 제35기 왕위전 도전3국에서 조9단을 상대로 불과 49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바 있었다.

신산이란 별명답게 '반집'에 강한 이창호 9단은 과연 어느 정도의 반집승을 기록하고 있을까? 이9단의 반집 승부는 모두 82회로 이 중 52승 30패를 했다.

따라서 이9단의 반집 승률은 63. 4%. 많은 사람들의 추측과 달리 반집 승부에서압도적인 우세를 보인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유창혁 9단과의 반집 승부. 유9단은 이9단을 상대로 9번의 반집승부에서 5승4패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유창혁도 이창호를 만나면 공격의 칼날을 접고 섬세한 반집의 승부사로 변신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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