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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훈씨가 1월18일 강원도 홍천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열린 한국개썰매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개썰매를 타고 있다. 왼쪽이 제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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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훈(인천시 서구 간석동)씨는 지난해 9월 다니던 토목회사에 사표를 냈다. 어릴 적부터 개를 유난히 좋아하던 그가 2년 전부터 개썰매의 재미에 푹 빠진 것이 발단이었다. 5일부터 6일까지 일본 삿포로에서 열렸던 아시아컵 한·일 국제개썰매대회 참가가 직접적인 이유였다. 개썰매의 어떤 매력이 28살 청년의 마음을 이처럼 단단히 잡아 챘을까? ◇ 개와 사람의 이심전심=그는 개썰매의 가장 큰 매력은 개와 사람의 소통에 있다고 말했다. “믿음이 중요해요. 어차피 썰매를 끄는 것은 개니까요. 개가 머셔(개를 끄는 사람)를 믿지 못하면 썰매를 빨리 끌 수 없죠.” 그는 일본대회에서 15명 가운데 11등을 했다. 주최 쪽이 검역 때문에 호흡이 맞지 않는 개를 일방적으로 지정해준 탓이다. 그는 일주일에 3차례 이상 자신의 11개월짜리 시베리안 허스키 ‘제왕이’와 인천 시내를 한바퀴 도는 산책을 한다. 평소에도 외출할 때면 지프에 제왕이를 태우고 다닌다. 개와 일심동체가 되기 위해서다. 본격적인 훈련은 시화호 근처 공터에서 바퀴썰매를 가지고 한다. 친구 집이 있는 충남 태안반도 용산포 해수욕장을 전지훈련지로 이용하기도 한다. ◇ 본능에 맡겨라=개썰매 경기의 특징은 질주하려는 개의 본능에 철저히 의존한다는 점이다. 머셔의 지시는 준비, 출발 등과 같이 꼭 필요한 말로 한정된다. 채찍은 금지돼 있다. 승마처럼 박차를 사용할 수도 없다. 리더견을 정할 때도 개끼리 서열을 정하도록 맡겨둔다. 그가 보여준 제왕이의 앞발에는 싸우다 찢어진 상처가 선명하다. 제왕이가 서열 싸움에서 상처가 나도록 싸워도 참견할 수 없는 것은 마음 아프다. 고향이 북쪽인 개들은 눈밭을 보면 질주 본능이 더 커진다. 그는 “제왕이가 눈썰매를 끌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빨라져요. 눈을 보면 경기 시작 전부터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죠. 한겨울에도 따뜻한 곳을 피하는 녀석인데 오죽하겠어요”라고 말했다. 개썰매의 속도는 시속 20~30㎞. 제왕이는 시속 30㎞이상의 속도를 낸다. 그는 내친 김에 스폰서를 구해서 알래스카 등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도 나갈 생각이다. 한국에는 현재 90여 개의 클럽이 있다. 2003년 결성된 대한썰매개스포츠연맹은 올해 첫 국가대표선발전을 열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허스키는 지구력, 맬러뮤트는 힘좋아 ■ 썰매개스포츠란?=눈 위에서만 할 수 있는 개썰매(sledding)는 썰매개스포츠의 한 부분이다. 썰매개스포츠에서 썰매란 ‘개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이다. 바퀴썰매도 포함되고 사람과 개가 그냥 같이 뛰는 케니크로스도 썰매개스포츠의 하나이다. 종류만 10가지. 개썰매는 개의 숫자에 따라 거리가 달라진다. 1마리 경기는 1㎞, 3마리 이하는 3㎞ 이하가 보통이다. 개의 마릿수에 제한이 없는 오픈경기는 거리가 제각각이다. 무려 1760㎞를 달려야 하는 대회가 알래스카에서 열리기도 한다. ■ 썰매개에는 어떤 것이 있나?=개의 종류에 제한은 없다. 하지만 개썰매에는 일반적으로 북방 개들을 쓴다. 몸이 이중털로 덮여 있어 추위에 강하기 때문이다. 시베리안 허스키, 알래스카 맬러뮤트, 사모예드가 대표적이다. 시베리안 허스키는 지구력이 뛰어나다. 하루에 200㎞이상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발바닥이 넓고 발바닥 사이에도 촘촘하게 털이 덮여 있다. 알래스카 맬러뮤트는 힘이 세다. 다 큰 맬러뮤트는 자기 체중(30~40㎏)의 7~8배인 200㎏이상을 끌 수 있다. 사모예드는 맬러뮤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털이 순백색이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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