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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8 18:05 수정 : 2005.03.28 18:05

‘서울우먼하키클럽’의 김수록, 이순미, 남미애, 이정은, 최은경, 김정숙, 김은경, 정미선(왼쪽부터)씨가 27일 경희대 수원캠퍼스 하키장에 모여 몸을 풀기 앞서 스틱을 모아들고 활짝 웃고 있다. 수원/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창단 10년째 ‘서울 우먼 하키클럽’ 아줌마들

현역땐 몰랐던 재미 ‘솔솔’‥ 스트레스도 ‘싹’

“한 주라도 빠지면 몸이 근질근질해요.”

27일 낮 12시 경희대 수원캠퍼스 하키장.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스탠드 부근에서 8명의 아줌마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1995년 창단된 국내 최고의 생활체육 하키팀인 ‘서울 우먼 하키 클럽’ 회원들이다. 모두 선수 출신으로 한 때 국가대표를 꿈꾼 엘리트 선수들. 그러나 지금은 ‘이기는 것보다 즐기는 하키가 최고’라고 말한다.

10여 년 전부터 이 모임을 주도한 남미애(40)씨는 “일주일 내내 얘들 학교 보내고, 집안 일 챙기다가도 이곳에 와서 땀흘리고 뛰면 몸이 가뿐해진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후배 이순미(35)씨는 “선수 시절에는 때로 지겹게 느껴지던 하키가 지금은 참 재미있다”며 “왜 선수 시절에 즐기면서 하키를 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거들었다.


겨울철인 1~2월만 빼고 매주 모인다. 회원 14명 회원 가운데 보통 절반이 참여한다. 선수가 부족해 역시 선수 출신인 원로(50대 중심) 남자 하키동호회 회원들과 편을 갈라 경기를 한다. 아무래도 젊은 쪽인 서울 우먼 하키 클럽이 대개 이긴다.

이날은 낮 12시30분부터 경기를 하려고 했으나 차질이 생겼다. 근처 고교의 두 팀이 이곳으로 훈련을 하러 와 막무가내로 “선배님들, 우리가 먼저 경기 좀 하면 안 되나요. 멀리서 왔는데”라고 졸랐다. 열악한 상황을 잘 아는 회원들은 “그래 알았다. 너희부터 하라”며 양보를 했다.

회원들은 후배 선수들이 경기하는 동안 스틱으로 공을 주고 받으며 몸을 풀거나, 함께 온 가족과 함께 교정을 돌며 휴일을 즐겼다. 그러나 오후 2시 남자동호회와 경희대 OB의 연합과 반쪽 경기를 시작하자 금세 태도가 달라졌다. 선수 시절 포지션으로 돌아간 이들은 “언니, 이쪽으로”라고 존칭을 쓰다가 긴박한 상황이 되면 “뭐해, 빨리 줘”라고 어투를 바꿨다. 6-5로 서울 우먼 하키 클럽의 승리. 전·후반 70분을 뛴 양팀 선수들은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털며 “기분 좋다”며 깔깔거렸다.

현재 국내에서 여자하키 클럽팀이 구성돼 있는 곳은 서울을 비롯해, 평택, 온양, 제천, 인천, 부산 등 6곳이다. 아직은 초보 단계로 봄·가을 1년에 두 번 국민생활체육대회에 참가할 때 함께 모인다. 그러나 장비를 사용하는 등 위험 부담이 커 저변을 확충하기가 어렵다.

김수록(36) 서울 우먼 하키 클럽 총무는 “70대 할머니가 스틱을 들고 준비 운동을 한 뒤 하키장에 들어와서 하키를 즐기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그래도 최근 클럽팀이 늘어난 것은 매우 희망적인 현상. 김 총무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마스터스대회 때는 선수가 부족해 다른 나라 할머니 선수를 빌려서 쓴 적이 있다”며 “올 11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마스터스대회 때는 11명의 선수가 다 채워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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