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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3 18:03 수정 : 2005.04.13 18:03

요즘 스포츠계가 만신창이다. 쇼트트랙 남자대표선수들의 태릉선수촌 이탈 사태에 이어, 싱크로나이즈드(수중발레)는 수영연맹 간부들의 금품수수 파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아마야구 심판들은 고교야구 지역예선에서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오랜만에 불붙은 고교야구 붐에 찬물을 끼얹었다. 선수 인권침해, 코치진 금품수수, 승부조작 등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선수를 통해 심판과 코치들의 ‘승부조작 백태’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 싱크로나이즈드 선수의 ‘훈련일지’를 입수해 충격적인 인권침해 현실을 고발한다. 또 전문가 3인의 진단과 처방을 들어보았다.

전 국가대표가 전한 쇼트트랙 비리 실태 -“편애하는 선수 몇초 일찍 찍어줘”


“‘국가대표를 안하고 말지’. 이렇게 생각할 때가 많았어요.”

지난달 열린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특정팀 소속 선수들의 ‘짬짜미(담합)’ 의혹 속에 탈락한 전 국가대표 ㄱ아무개씨는 외려 홀가분한 듯 했다. 그는 “선수들의 기록은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치가 손에 든 스톱워치로 마음대로 기록을 조정할 수 있고, 이 기록대로 국제대회 출전할 선수가 정해질 때도 있다”며 “편애하는 선수는 몇초 일찍 찍어주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몇초 늦게 찍으면 그대로 그게 기록이 된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처럼 개인기록 경기가 아닌 순위경기라 생기는 문제도 많다. 그는 “대표선발전에서 누군가를 밀어주기로 하면 조 편성부터 같은 소속팀 선수를 배치해 다른 선수들의 스케이팅을 방해하기도 한다”며 “심판도 멀쩡하게 내내 1등으로 달리던 선수에게 실격이나 경고를 줘 탈락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표로 선발된 뒤 국제대회에서도 불투명한 관행은 이어진다. “코치가 선수들에게 어떤 종목을 뛰어야할지 경기당일에야 알려줘 제대로 준비를 할 수 없었던 적도 있다. 반면, 대표에 뽑히기 전부터 자신이 지도해온 특정선수에게는 미리 ‘너는 전종목을 뛴다’고 귀띔을 해줬다. 기가 막혔지만 참았다.” ㄱ씨는 “지금 쇼트트랙계는 일부 유력 코치 진영과 그렇지 않은 세력이 갈려있어 담당 코치가 바뀌면 이전에 친하게 지냈던 선수들끼리도 말 한마디 안할 정도로 사이가 썰렁해진다”며 “유력자라는 전 연맹간부의 줄이 아니여서 불이익을 받을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실력보다 경기 외적인 것에 눈치를 살피고 휘둘리는 게 한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한 싱크로 대표선수 훈련일지 보니‥“킥판으로 때리고‥ 살쪘다고 무시”

“11월23일(화). 오늘 000, △△△가 무단이탈을 했다. 나는 이해가 간다. 000을 (코치가) 킥판(훈련보조기구)으로 때리고, 손으로, 책으로 머리를 정말 사정없이 때렸다. △△△는 살쪘다고 무시하고, 못먹게 하고 이게 인간이 사는 곳인가?….”

싱크로나이즈드(수중발레) 국가대표 한 선수가 지난해 쓴 ‘훈련일지’의 일부다. 최근 싱크로나이즈드 국가대표의 파행적 운영과 관련해 파문이 일자, 국가대표 학부모들은 한 선수가 쓴 훈련일지 사본과 함께 대한수영연맹 관련 책임자의 처벌 등을 원하는 진정서를 11일 대한체육회에 냈다. 이 선수가 쓴 훈련일지 곳곳에는 선수들이 훈련 때 겪었던 마음고생이 녹아 있다.

훈련동안 선수들의 사생활 자유는 없었다. “11월23일(화). PC방, 노래방, 시청각실도 못가게 하고 핸드폰은 8시30분에 다 걷고…. 너가 한번 그렇게 생활해봐. 너라면 그렇게 살 수 있어? 밥도 눈치보면서 먹어야 하는데 너같으면 웃을 수 있냐고?…”

12월1일(수)치 일지에는 가방 뒤짐을 당한 뒤의 수치심도 나와 있다. “내가 엄청 싫어하는 짓을 했다. (코치가) 가방을 뒤지더니 간식 다 뺐어갔다.…그러더니 수영가방을 챙겨가지고 나오라는 것이다. 우리 기분 완전 Down….”

훈련일지 또다른 곳에는 코칭스태프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어린 선수에게 준 상처가 나타나 있다. “12월5일(일). 동작 하나 하나 할 때마다 ‘무릎 아프면 하지마~’, ‘허리 아프면 하지마~’. 오늘 엄마 목소리를 들었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코칭스태프는 평소 “너 운동 하지마”란 소리를 예사로 했다고 한다.

한 부모는 “딸이 마음고생이 하도 심하다고 해 일지를 써보라고 했으며, 처음에는 코치에게 보여주고 상담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는 못했다”며 “막상 보고나니 부모로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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