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6 19:35
수정 : 2005.04.26 19:35
“금메달 후폭풍? 운동빼고 다 잊었죠”
“무조건 내가 이길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러웠습니다.”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에서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중국의 왕하오를 격파하고 금메달을 따내 온 국민에게 기쁨과 환희를 안겼던 ‘탁구황제’ 유승민(23·삼성생명). 8개월만인 25일 태릉선수촌 개선관에서 만난 그는 “당시 남자단식 금메달의 ‘후폭풍’이 컸다”며 말문을 열었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최상의 목표를 이뤄낸 뒤 찾아온 것은 힘 빠짐. 갑자기 긴장이 풀렸고, 어깨와 무릎 통증 등 잔부상도 도졌다. 스타라며 이런 저런 행사에 참여했고, 이어지는 언론 인터뷰로 훈련을 하기 힘들었다. 여자친구에 대해 물어봤더니 “헤어졌다”는 담담한 답이 돌아왔다.
단 한번 초청받아 나간 라디오 방송에서 만난 여자 탤런트와 스캔들은 그저 황당했다. 옆에 있던 유남규 수석코치도 한마디 거든다. “저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최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가 자꾸 지면 나락이지요. 훈련량으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어요.”
“무조건 이길거란 기대부담, 아직 중국선수보다 모자라”
세계대회 도전 막바지 땀방울
유승민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도전도 눈앞에 있다. 2005 중국 상하이 세계탁구선수권대회(4.30~5.6)가 첫 관문. 올림픽을 제패한 유승민도 세계선수권과는 인연이 멀었다. 최연소(15) 국가대표로 출전한 1997년 맨체스터대회 1회전(128강) 탈락. 99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2001년 일본 오사카, 2003년 프랑스 파리대회에서도 모두 개인전 2회전을 넘지 못했다.
이제 유승민은 ‘상하이 반란’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중국 선수보다 실력이 안 좋다. 내가 베스트의 몸 상태였을 때만 중국 선수들을 꺾을 수 있다”고 겸손해 한다. 목표는 개인전 4강, 복식 8강으로 냉정하게 잡았다. 물론 마음 속에서는 올림픽 때처럼 ‘만리장성 벽’을 뚫고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가 있다.
유승민은 지난 한달간 선수촌에서 새벽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고된 훈련을 해왔다. 운동 외의 것들은 잊어버렸다. 연예인과의 스캔들 사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기대주에서 한국 탁구의 중핵으로 자리잡은 유승민. 그가 개최국 중국의 텃세를 뚫고 다시 한번 한국 탁구의 힘을 떨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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