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 17일 오전 서울 태릉선수촌 체조체육관에서 남자체조 대표선수들이 2분 동안 물구나무를 서며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체조대표팀의 유옥렬 코치가 선수들의 공중제비 동작을 도와주며 연습훈련을 시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세계 선수권 수확 위해 뼈깎는 훈련 “지구를 떠받쳐라. 네 한계를 떠받쳐라.” 17일 오전 태릉선수촌 개선관 2층 체조장. 윤창선 대표팀 수석코치의 지휘 아래 16명의 체조선수들이 매트 위에서 물구나무를 섰다. 역삼각형 몸매, 임금 왕(王)가 선명한 배 근육을 거꾸로 세워 청동 거인상처럼 ‘바닥’을 받치고 있는 선수들.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우, 욱’하는 비명 소리가 나오며 흔들린다. 그 순간 윤 코치가 “이제 1분30초다. 조금만 참아라”고 말했다. 마무리 운동인 2분간의 물구나무서기를 버틴 선수들은 모두 매트에 드러누워 헐떡인다. 고교 유망주까지 가세한 한국 체조대표팀이 새해부터 단내 내는 훈련으로 ‘2004 아테네의 악몽’ 탈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매일 새벽 1시간,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30분 밧줄을 오르내리고, 두 팔로 몸을 끌고 마루 위를 돌고, 근육이 마비될 때까지 봉 위에서 몸을 구르고…. 모두 뼈가 깎이고 인대가 찢어질 듯한 고통을 참아야 한다. 윤 코치는 “겨울철 훈련은 미리 밭갈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름 수확을 위해서는 혹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팽팽한 활시위처럼 결의에 차 있다. 아테네 올림픽 비운의 동메달리스트 양태영은 “모든 것을 잊었다. 새로 시작한다”며 비장감을 드러냈다. 양태영 오심 파문 때문에 한국체조 역사상 개인종합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땄음에도 철저하게 언론의 무관심을 받아온 김대은의 각오도 새롭다. 김대은은 “부족한 점을 조금씩 보완해가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 나는 아직 젊다”라고 풋풋한 결의를 밝혔다. 올해 열리는 주요 국제대회는 2005 세계대회(11월·오스트레일리아), 2005 유니버시아드대회(8월·터키), 2005 동아시아대회(10월·마카오)다. 한국은 이 대회에 양태영, 김대은, 이선성, 김승일 등 올림픽 멤버와 유진욱, 양태석, 유원철, 김지훈, 신섭, 김수면, 고준웅, 이상재 등 새로 가세한 성인 선수들 가운데 두 명을 발탁해 내보낼 예정이다. 윤 코치는 “지난해는 한국체조사상 여러 가지 아쉬움이 많았으나 훌훌 털어버리고 새출발에 나섰다”며 “올해 목표는 단체전에서 세계선수권 메달”이라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