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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78’ 김승현 작지만 펄펄난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농구는 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골밑을 지배하며 득점원이 되는 키 큰 센터가 있으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러나 대구 오리온스의 김승현을 보면 키가 전부가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1m78의 김승현은 국내 최장신 서장훈(2m07)보다 30㎝ 정도 작다. 그러나 그는 장대숲을 파고든 뒤 공을 얹는 골밑 레이업슛, 상대 수비를 한쪽에 몰아넣고 쏘는 3점슛, 자기편마저 속이는 노룩(no look) 패스, 반박자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가로채기 등으로 키 큰 선수를 농락한다. 외국인 선수들조차 그가 공을 가지고 있으면 주술에 걸린 듯 중심을 잃는다. 빼앗으려고 달려들면 동료한테 기회를 열어주고, 거리를 두면 여지없이 쏴대는 ‘권총’ 화력이 맵기 때문이다. 오리온스는 그의 힘을 바탕으로 시즌 줄곧 3위권에 올라 있다. %%990002%% ◇ 2.‘포인트포워드’가 뭐야?
현주엽 영역 파괴…도움주기 2위 질주 포인트 가드는 원활한 공 배급으로 득점을 도우면서, 때로 해결사 노릇을 해야 하는 코트의 사령관이다. 대개 5명 선수들 가운데 키가 작은 선수들의 전공이다. 그러나 올 시즌 영역파괴가 일어났다. 1m95, 105㎏의 ‘나는 하마’ 현주엽(부산 KTF)이 포인트 가드로 나선 것이다. 원래 포지션이 골밑 근방 싸움 전문인 포워드여서 ‘포인트 포워드’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포인트 가드의 능력 척도인 도움주기에서 현주엽은 2위(경기당 7.79개)로 정통 포인트 가드 주희정(6.85개)을 추월했다. 공 감각이 뛰어난데다 키까지 커 보는 시야도 좋다. 다소 몸놀림이 느린 듯하지만 급소를 찌르는 패스로 케이티에프(KTF) 고공행진의 터보엔진이 되고 있다. %%990003%% ◇ 3. 튄공 많으면 이기나?
삼성 팀 기록 1위…순위는 하위권 포인트 가드는 팬을 즐겁게 하고, 센터는 감독을 기쁘게 한다. 그리고 튄공잡기는 챔피언을 가른다. 의욕과 투쟁심, 돋보이지 않는 부지런함의 상징인 튄공잡기를 매우 높게 평가할 때 쓰이는 농구 격언이다. 실제 수비하다 챙기는 수비 튄공잡기나, 공격 실패 때 공격권을 다시 찾아주는 공격 튄공잡기는 득점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러나 올 시즌 튄공잡기 1위 구단인 서울 삼성은 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18일까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1200개를 기록하고 있지만 순위는 하위권이다. 서장훈-바카리 핸드릭스-이규섭 등이 튄공을 많이 잡아내지만, 기동력 부족과 기우뚱한 조직력으로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990004%% ◇ 4. NBA 출신은 보증수표?
SK 핸더슨 퇴출·LG 허니컷도 신통찮아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이면 다냐? 야구는 메이저리그, 축구는 유럽 빅리그이듯이 농구 선수한테는 엔비에이에서 단 한 번이라도 뛰어보는 게 ‘가문의 영광’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국내에 들어온 엔비에이 출신 선수들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서울 에스케이(SK)가 대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온 세드릭 핸더슨은 14경기만 뛰고 또다시 교체됐다. 꼴찌 엘지의 제럴드 허니컷 역시 엔비에이 식스맨 출신이지만, 수고스러운 골밑 싸움을 피하고 외곽 슛만 고집해 박종천 감독의 속을 썩이고 있다. 반면 엔비에이 주변에도 못 간 자밀 왓킨스(TG삼보), 크리스 랭(SK), 찰스 민랜드(KCC), 게이브 미나케(KTF) 등 비 엔비에이 출신 선수들은 한국 무대에서 펄펄 날고 있다. %%990005%% ◇ 5. 골 많이 넣어야 이긴다?
TG 평균득점 꼴찌지만 실점 적어 선두 득점 많으면 이길까? 득점이 많아도, 실점이 많다면 허탕이다. 이런 면에서 티지 삼보는 매우 경제적인 농구를 한다. 19일까지 34경기 평균 득점은 80.8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꼴찌다. 그러나 시즌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까닭은 점수를 더 적게(평균 74.5점) 내주기 때문이다. 반면 오리온스는 경기당 평균 92.1점을 낸다. 그러나 선두는 아니다. 경기당 92점을 내줘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점수를 많이 내면 좋지만, 딴 점수를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 공격은 안 터지면 해법이 없지만, 수비는 땀 흘린 만큼은 항상 보답을 준다. 득점보다는 수비의 튼실함이 살아남는 길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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