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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청 선수단 선수 5명뿐인 초소규모
15일 전국대회 첫 도전 “사람들이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그러더군요. 하기는 다른 팀이 대형 할인마트라면 우리는 구멍가게죠. 허허∼. ” 김형석(43) 감독은 많이 망설였다. ‘여자 실업탁구 최강’ 대한항공 감독이었던 그는 올해 초 창단작업으로 부산했던 서울 동대문구청 여자탁구팀의 감독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아니, 시청도 아니고 구청이라니…. 당혹스럽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여자탁구 실업팀 7개 중 시청과 군청팀이 있긴 하지만, 구청팀은 없었던 탓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4일 공식 창단한 동대문구청은 사상 처음이자, 지금도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구청 탁구팀이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레포츠센터 삼성생명 탁구단 전용탁구장. ‘원정 연습’을 온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진지해보였다. 어디 고민은 감독만 했으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는 모두 5명. 여느 실업팀의 절반 수준이다. 맏언니 윤서원(23)은 “탁구에 승부를 건다는 심정으로 팀에 들어왔다”며 비장한 각오를 털어놨다. 그럴만하다. 윤서원은 대한항공에서 왔다. 쟁쟁한 언니들에게 밀려 출전기회는 많지 않았다. 후보일 때가 많았다. 그래도 일류 실업팀 소속 정식 직원이었다. 탁구를 그만둬도 됐다. 항공사 직원으로 안정된 삶이 보장돼 있었다. 동대문구청으로 오면 정식 직원이 아닌 1년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신분으로 바뀐다는 것도 머리를 아프게 했다. “조건보다는 운동을 택한 거예요. 한 해 동안 죽었다 생각하고 한번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삼성생명에서 온 유윤미(22)의 처지와 고민도 비슷했다. “삼성에 있으면 팀 분위기에 따라 그냥 흘러가면 되죠. 편하지만 운동을 소홀하게 하는 면도 있어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를 목표로 삼은 이들은 정면승부를 골랐다. 동대문구청의 전력은 객관적으로 약하다. 선수 5명 가운데 실업팀 경험이 있는 선수는 윤서원·유윤미 딱 2명이다. 연습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연습 상대 노릇을 해줄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남자고등학교 팀과 자주 연습을 한다. 인천 동인천고가 단골 파트너.
다른 실업팀이 1년에 10번 넘게 다녀온다는 국제경기 출전도 어렵다. “국제경기에 나가야 눈이 ‘촌티’를 벗는데….” 김 감독은 안타까워 하지만, 올해는 영 방법이 없어 보인다. 실력이 월등한 선수들은 모두 쟁쟁한 실업팀으로 가버린다. 새내기들로 확실한 전력보강을 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는 야무지고 과감하다. 3년 안에 4강 전력을 만들겠단다. 첫 출전하는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15일~21일·전주)는 가늠자다. 아직은 어수선해서 개인전만 출전하지만, 일단 1명이라도 8강 안에 드는 것을 단기목표로 잡고 있다. “차근히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선수들이나 저나 도전하려고 여기 있는 것 아닙니까.” 김 감독이 힘주어 마지막 말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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