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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세번이나 연이어 꺾은 뒤 남자유도 73㎏급 새 강자로 떠오른 김재범.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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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 남자유도 샛별 김재범
취미? 싸이질!…여자친구? 없다고 말해야죠! “원희 형의 그늘을 벗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할 거예요.” 19일 낮 서울 태릉선수촌. 남자유도 73㎏급 국가대표 김재범(20·용인대3)은 오전 훈련으로 이미 땀을 흠뻑 쏟았건만, 앞으로 흘릴 눈물을 이야기했다. 점심식사를 막 마치고 난 참이었다. 그가 말하는 눈물은 뭘까? 김재범은 14일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을 겸한 체급별 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아테네 영웅’이자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4·한국마사회)를 한판승으로 눕힌 데 이어 결승전까지 승리로 장식하며 명실공히 국내 최강자로 등극했다. 덕분에 언론 인터뷰가 잇따랐고, 그는 유명해졌다. “아직 제가 이겼다기보다는 원희 형이 졌다는 시각이 더 강하잖아요. 원희 형이 워낙 큰 선수라…. 하지만, 이젠 제2의 이원희가 아니라 제1의 김재범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는 용인대 선배이기도 한 이원희를 넘어서기 위해 자신의 실적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목표는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것”이다. 이미 지난 5월 아시아선수권은 차지했으니, 9월 세계선수권, 내년 아시아경기대회 그리고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3개 대회가 남았다. 험난한 길이다. 그의 ‘눈물론’은 겸손과 다짐, 그 사이 어디쯤엔가 놓여 있는 것이다.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뒤 김재범은 이원희와 4번 붙어 3번 이기고 1번 졌다. 그는 “원희 형은 기술과 순발력, 근성이 좋은 선수”라고 칭찬하면서 “체력과 스피드에서 조금 앞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내가 노력한 만큼만 잘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거침없는 말 속에서는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운동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이 시간은 지나가면 그만이잖아요. 훈련 끝나고 탕 속에 몸을 담글 때 ‘내가 오늘 정말 열심히 했다’는 생각과 함께 드는 만족감이 좋다”는 대답이 나온다.경북 김천이 고향인 김재범은 서부초등학교 2학년 때 외아들 몸이 허약한 것을 걱정한 부모님의 권유로 유도에 발을 담갔다가 직업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주량은 소주 한병 반. 취미는 ‘싸이질’이다. 미니홈피를 정성스레 가꾸면서 고된 훈련의 피로를 푼다. 주소는 ‘judo0060@hotmail.com’. 여자친구? “있죠. 근데 그거 기사에 쓰시려구요? 그럼 없다고 해야죠.” 그는 발랄하다. 김재범은 약 먹고 휴식을 취해야 3시부터 시작하는 오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며 숙소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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