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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탁구감독 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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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승승장구 탁구감독 유남규
눈높이 맞추니 성적도쑥쑥 지도자로 ‘올림픽 금’ 목표
“문화부장관 자리도 탐나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자기 색깔이 강해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편입니다. 선수들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21일 만난 유남규(37) 농심삼다수 남자탁구팀 감독. 그는 전날 마신 술이 아직 깨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날 전주에서 열린 전국종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팀이 남자단체전 정상에 오르고, 자신도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하는 등 겹경사로 선수들과 새벽 4시까지 나이트클럽에서 같이 어울렸단다. 그는 지도자로서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다. 지난 6월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때 최연소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것은 시작이었다. 이제는 실업팀 감독에도 올라, 탁구계 지도자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사실 처음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을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1999년 소속팀 동아증권이 해체된 뒤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하려고 했다. 그곳에서 학업을 같이 할 작정이었다.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결국 국내에서 대학원에 다니지만, 교수님들에게 강의 듣고 질문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유남규는 경희대 대학원 체육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해체된 동아증권 탁구팀은 우여곡절 끝에 제주삼다수로 넘겨졌다. 후배들을 뿌리치고 떠날 수가 없어 코치를 시작했다. 선수층이 얇았기 때문에 2000년까지는 플레잉코치로 경기도 뛰었다. 더욱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팀의 열악한 재정 여건. 선수단 버스조차 따로 없었다. 승용차로 쓰던 벤츠를 팔고, 봉고차를 사서 후배들을 태우고 경기장을 쫓아다녔다. “솔직히 처음에는 창피했어요. 차도 구석에 주차하고, 남들이 볼까 봐 경기장에도 제일 늦게 들어갔어요.”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농심이 제주삼다수를 떠맡아 지원을 해주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얼떨결에 맡은 지도자 자리였지만 욕심은 많다. 스트레스도 탁구를 치면서 푼다고 말할 만큼 탁구밖에 모르는 그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 하나라도 양보를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살도 안 찌는 것 같고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지도자로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은 되레 오기를 키웠다. 사실 처음 1년 동안은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왜 시키는 대로 선수들이 못하는지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곧 모든 선수들이 유남규 김택수 유승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단다. 선수들 각자의 눈높이와 성격에 맞춰서 하나 하나 가르치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성적이 나왔다.
목표는 많이 남아 있다. “선수로 금메달(1988서울올림픽 남자단식)을 따 봤으니까,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지도자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체육을 관장하는 문화관광부장관도 되고 싶어요. 하지만, 그건 먼 훗날의 꿈이죠.” 글 조기원 기자, 장윤선 인턴 기자, 사진 장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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