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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3 11:11 수정 : 2005.01.23 11:11

"벽에 부딪혀 아픈 것은 충분히 참을 수 있는데 성적이 너무 안나와 감독님 뵐 낯이 없네요"

국내 유일의 여자 스켈레톤 선수인 박지혜(25.연세대 대학원)가 제22회 동계유니버시아드 폐막일인 22일 밤(한국시간) 인스브루크 이글스 봅슬레이 경기장에서 생애 2번째의 스켈레톤 레이스를 벌인 소감을 털어놨다.

박지혜는 이날 1,2차 합계 1분58초76으로 여자 출전선수 16명 가운데 15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셜리-마리 루드만(1분52초45) 보다는 무려 6초 이상뒤지는 기록으로 스켈레톤이 수백 분의 1초를 다투는 속도 경기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격차이다.

하지만 박지혜가 작년 11월에서야 스켈레톤에 입문한 경력 3개월의 선수임을 알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세대 체육 대학원 학생인 박지혜는 원래 수영과 스포츠댄스로 다져진 만능 스포츠우먼. 같은 학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국내 스켈레톤의 개척자이자 1인자인 강광배(32.강원도청)가 박지혜의 운동신경과 담력을 평소 눈여겨 보던 중 이번 대회에서 스켈레톤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자 선수로 포섭했다.

부모님과 남자친구는 적지 않은 나이에 남자도 하기 힘든 험한 운동을 시작한다며 극구 뜯어말렸지만 결국 그녀의 고집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진 후 박지혜는 지난 11월부터 강광배의 제2의 고향인 인스브루크에 남자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떠나 박진감 있는 스켈레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처음엔 스켈레톤의 방향을 잡는데 익숙지 않아 1천200여m의 주로를 주파하는 동안 주로의 외벽에 부딪치며 헬멧으로 감싼 머리를 제외한 온몸이 저녁만 되면 피멍투성이로 변했지만 스켈레톤을 타며 느끼는 속도감과 해방감에 비하면 육체적 고통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고. 11월 중순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유럽컵에 출전, 생애 첫 레이스를 펼친 박지혜는 출전자 29명 중 24위에 오르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 대회 코치로 나선 강광배 선수에 따르면 웬만한 남자 선수들도 시속 130㎞에 육박, 생명의 위협마저 느낄 수 있는 레이스를 펼친 후엔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반면 박지혜는 레이스 후 싱긋 웃어보이며 타고난 담력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박지혜는 이날 경기 후 한국에서 원정 응원을 온 남자친구 이재우(28)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사람이 안하는 스포츠를 택해 개척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가능성도 더 많이 열려 있다는 의미"라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인스브루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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