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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코드’ 에서 ‘김승현 코드’ 로 |
[강창금 기자의 튄공잡기]
프로농구 스타 판도의 앙시앙 레짐(구 체제)을 깨기가 힘든 모양이다. 2001년 혜성처럼 등장한 오리온스의 김승현마저 올 시즌 올스타 득표에서 이상민(KCC)과 서장훈(삼성)한테 또 밀렸다. 지난해 이상민한테 뒤져 올 시즌에는 반역을 꾀했지만, 표 차이가 3만표가 넘었다. 농구 스타 권력의 ‘새로운 세력’으로 꼽힐 수 있는 티지(TG)삼보의 김주성도 아직까지 선배들의 아성을 깨기에는 역부족이다.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새내기 양동근(모비스)도 팬들이 직접 뽑는 올스타에 끼지 못했다.
이상민을 축으로 하는 구 체제 스타 군단이 10여년간 농구판 정상에서 독주하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의 새로운 별들이 자리를 차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구체제의 벽이 아직도 두텁기 때문이다. 2001 시즌부터 4년 연속 올스타 왕별로 뜬 이상민은 항상 다른 별들과 세트로 다닌다. 서장훈, 문경은, 현주엽, 주희정, 전희철, 우지원, 김병철, 조성원 등은 이상민과 함께 기억되는 스타들이다. 이들은 뭉쳐 있기에 강렬하고, 서로의 빛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팬들의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도 나이를 먹고, 체력은 떨어진다. 1990년대를 기억하는 올드팬들이 영원한 팬일 수는 없다. 스타의 세대교체는 필연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농구연맹(케이비엘)은 새 스타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다. 케이비엘은 매년 신인 선수 대상 오리엔테이션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는 매너와 이미지 관리 등 프로 마인드 교육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이 프로리그 출범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웃는 방법, 팬과 언론을 호감 있게 대하는 법 등을 시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구단과 선수들 자신도 스타를 목표로 뛰어야 한다. 구단의 지상 목표가 승리지만, 스타를 육성해 명가의 간판으로 키우는 것도 장기적으로 프로농구 전체를 살리는 길이다. 코치는 덩크슛 등 멋진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있다면 실수가 있더라도 비판하기보다 격려해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플레이가 코트에 차고 넘친다.
선수들도 ‘끼’를 발산해야 한다. 과거의 스타성이 ‘점잖고 무게 잡는’ 이상민식 코드였다면, 21세기 스타들은 고교시절 미국프로농구(NBA)를 모범으로 삼은 ‘톡톡 튀는’ 김승현식 코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야구의 정수근이 독특한 필드 제스처로 팬들의 눈길을 끌고, 미국의 농구스타들이 랩음악 취입까지 하는 것들도 다양한 형태로 팬들의 관심을 끄는 스타성 팔기다. 후보 탈피를 위해 남보다 10배 더 훈련해 3점슈터로 거듭난 이병석(모비스)의 정통파 방식을 비롯해, 밝은 얼굴로 코트를 밝히는 정락영(KTF)의 흥겨움까지 코트를 즐겁게 하는 새 스타들이 떠야 한다. 언제까지 이상민과 그 세트인가?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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