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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2 17:10 수정 : 2005.02.02 17:10

대개 비정규직‥성적지상주의에 발목잡혀

학교체육 지도자들의 불안한 신분은 성적 지상주의를 낳고 소신있는 지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준(39) 서울 효제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이번 달에는 월급을 받지 않았다. 그는 이 참에 아예 다른 길을 알아볼 생각이다. 원래 그의 월급은 한달 200여만원이었다. 1993년 처음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80만원에서 시작한 급여가 10년째가 넘어서면서 200만원 가까이로 올랐다. 하지만, 아이엠에프 한파를 야구부라고 비켜갈 수 없었다. 한때 28명까지 있었던 부원이 9명까지 줄었다. 그나마 2명은 회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몇 달째 원래 월급의 절반인 100만원만 받게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그는 월급을 안 받기로 결정했다. 생계는 부인이 책임지고 있다. 감독생활을 계속 할 마음이 있냐고 묻자 그는 짧게 “가능하겠어요?”라고 씁쓸히 말했다.

야구 같은 인기종목은 서울은 교육청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야구부는 전액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1년 4000만원의 운영비를 학부모가 달마다 10~30만원의 회비를 내서 부담해야 한다. 감독은 학생 한 명이 줄어들 때마다 목이 탈 수밖에 없다.

적은 급여만 문제가 아니다. 감독 코치들은 대개 비정규직이다. 학교와 1~3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때도 많다. 이러면 근무확인서로 대신한다. 국민·의료·고용·산재 4대 보험 혜택은 꿈도 꿀 수 없다.

45살 중년에 접어든 김영택 학동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학교 소속이 아니면서 학교 소속이고, 학교에서 가장 별볼일없는 직업이 감독”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운동부 감독을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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