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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3 16:11 수정 : 2005.02.03 16:11

김동광 에스비에스(SBS) 프로농구 감독(54).

SBS농구 김동광 감독, 김지훈 드래프트지명 설명

“아버지라서 지훈이를 지명한 것이 절대 아니다.”

3일 안양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농구 에스비에스(SBS) 김동광 감독(54)은 외아들 김지훈(23·고려대)을 전날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7번으로 지명한 것에 대해 인터뷰 시작부터 손사레를 쳤다. 김 감독은 “지훈이를 뽑은 것은 우리 팀에 득점보다는 어시스트에 집중할 가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지훈이는 적절한 타이밍에 어시스트를 할 줄 안다. 그런 능력이 우리팀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아들을 뽑았다고 뒷말이 나오는 게 무척 불편한 모양이다.

김 감독은 “솔직히 말해서 중앙대나 고려대를 나올 정도면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라며 “객관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지훈이를 절대 뽑지 않았다”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생각하는 1m84, 78㎏의 포인트 가드 아들의 장점은 무엇일까? 김 감독은 “골 밑에 공을 투입하는 패스 능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타이밍이 절묘하다”고 말한다. 현재 에스비에스의 가드는 지난해 연세대를 졸업한 이정석. 신인왕 후보까지 오르고 있는 이정석이 워낙 잘 하고 있지만, 아들을 이정석의 백업 요원으로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팀에서도 아들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다른 팀에서 뽑으려고 했다고 뒤늦게 말해줬다. 진작 나한테 말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 했다. 실제 김 감독은 2라운드 7순위(전체 14번) 앞에서 아들이 뽑혀가기를 손 모아 기도했다. 그러나 아들을 뽑으려는 팀은 2라운드 끝에 있었고, 김 감독은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아버지로서 각별한 애정이 아들을 지명한 먼 요인이 되기도 한다. 김 감독은 “드래프트 때 반은 감독의 입장, 반은 학부모 입장이어서 정말 곤혹스러웠다”며 언뜻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가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동안 아들을 위해 쏟은 정성도 뜨겁다. 김 감독은 “중학교 때까지 매주 한차례 한번 직접 지도했고, 고등학교 때도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대학 시절에는 아들이 농구 경기를 하는 비디오를 틀어놓고, 잘못된 점을 일일이 지적해 주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늘 부족한 게 아들이다. 아버지 김동광은 현역시절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간판 가드로, 강렬한 카리스마와 적극성으로 코트를 호령했다. 반면 아들은 곱상한 생김새처럼 섬세하고 때로는 나약해 보이기도 한다.

김 감독은 앞으로 아들을 더욱 혹독하게 훈련시킬 예정이다. 드래프트가 끝난 다음에는 “프로는 정글이다. 아버지와 아들보다는 실력으로만 말한다. 살아 남으려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김지훈은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10배 이상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자칫 평범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 멈춰버린다면 그 때 아버지의 처지가 난감해질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스포츠부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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